유체이탈화법 구사하는 대선후보가 아직도 있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하는 말마다 뒤죽박죽 올해 미국 대선
역대 대선 말실수 퍼레이드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Word Salad.” (단어 샐러드) |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를 두고 워드 샐러드 공방이 불붙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60분’ 방송사인 CBS에 이런 항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CBS deceived viewers into thinking Harris’ answer was more ‘succinct’ than the word salad it actually was.” 해리스 후보가 ‘60분’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대해 뒤죽박죽으로 답했는데 CBS가 이를 편집해 간단명료하게 답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원본을 공개하라는 것이 트럼프 측 요구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후보는 말솜씨가 좋을까요. 그 역시 워드 샐러드 신세입니다. 트럼프 연설은 질보다 양을 추구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2시간이 기본입니다. 많은 나이 때문에 기력까지 달리는 데 2시간을 말로 채우려다 보니 워드 샐러드가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 유세에서 이렇게 놀려댔습니다. “He’s giving two, two-and-a-half-hour speeches. Just word salads. You have no idea what he’s talking about”(트럼프는 2시간에서 2시간 반 동안 연설을 하는데 완전 워드 샐러드다.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한 방 먹였습니다. “You would be worried if your grandpa was acting like this!”(여러분들 할아버지가 이 지경이면 걱정되겠죠)
요즘 유세 막바지라서 그렇습니다. 후보들은 전국을 도는 유세 강행군에 지쳐 조리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아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를 겁니다. 워드 샐러드는 넓게 보면 말실수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말 잘하는 능력자들이지만 실수도 곧잘 합니다. 미국인들을 웃게 만든 대통령의 말실수를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I’ve now been in 57 states - I think one left to go.” (지금까지 57개 주를 방문했고, 1개 주가 남았다) |
툭 하면 넘어져 웃음거리가 됐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말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I always watch the Detroit Tigers on the radio”(나는 언제나 라디오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를 시청한다). ‘radio’와 ‘watch’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런 황당 발언도 있었습니다. “If Abraham Lincoln were alive today, he’d roll over in his grave.” ‘Lincoln would roll in the grave’는 링컨이 무덤에서 구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버전으로 한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링컨이 살아있다면’과 ‘무덤에 일어난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필 링컨 탄생 기념 연설에서 이런 말실수를 해서 “링컨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근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덕분에 사기 진작 발언을 잘했습니다. 1952년 대선 유세 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Things have never been more like the way they are today in history”(역사적으로 오늘 같은 날은 과거에 없었다). 오늘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인데 오늘이 어제와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렇게 말하나 마나 뻔한 얘기를 ‘tautology’(터톨로지)라고 합니다. 불필요한 반복이라는 뜻입니다.
Too many OB-GYNs aren’t able to practice their love with women.”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여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
“I’ve known eight presidents, three of them intimately.”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유세 때 한 말입니다. 역대 대통령 8명과 알고 지낼 정도로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자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3명의 대통령과 특히 친했다는 말을 하면서 ‘intimate’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주로 은밀한 성적 관계에 쓰는 단어입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을 때여서 단어 선택이 께름칙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바이든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단순한 말실수입니다. 도덕군자 스타일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6년 대선 유세에서 작심하고 야한 발언을 했습니다.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한 것도 놀라운데 발언 내용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I’ve looked on many women with lust. I’ve committed adultery in my heart many times”(나는 성욕을 가지고 많은 여성을 쳐다봤고, 마음속으로 여러 차례 간통을 범했다). ‘lust’ ‘adultery’ 등 정치인에게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뜬금없는 고해성사에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pots.” (얼룩말의 얼룩은 변하지 않는다) |
얼룩말(zebra)은 흰색 줄과 검은색 줄로 이뤄졌습니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냇가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온 흰색 말은 물을 차지하려고 원숭이를 걷어차 쫓아버렸습니다. 말은 불 쪽으로 넘어졌습니다. 몸통 중간마다 불에 그슬린 자국으로 검은 줄이 생기게 됐습니다. 얼룩말이 생겨난 전설입니다.
검은 줄은 불에 그슬린 자국이라 없앨 수도 바꿀 수도 없습니다. ‘A zebra does not change it stripes.’ 사람의 천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격언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얼룩말이라서 얼룩을 뜻하는 ‘spot’을 써야 할 것 같지만 검은 줄이기 때문에 ‘stripe’을 씁니다. 고어 후보는 명문가 출신의 부시 후보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stripe’을 ‘spot’으로 잘못 쓰면서 오히려 본인이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만약 ‘spot’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A leopard doesn’t change its spots.”(표범의 얼룩은 바뀌지 않는다)
명언의 품격
인터뷰는 5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닉슨은 사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을 후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별로 논란이 될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 발언만 빼고.
When the president does it, that means that it is not illegal.” (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불법이 아니다) |
닉슨은 ‘워싱턴 스타’ 신문에 장문의 해명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의 행위는 언제나 적법하다’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가 위급상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고, 그러한 판단에 따라 행동했다면 다른 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별로 설득력 있는 해명은 아니었습니다. 말장난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인터뷰 후 여론조사에서 69%는 ‘아직 닉슨이 뭔가 감추고 있다,’ 75%는 ‘닉슨은 이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
Boeing strike barrels on as workers reject wage deal.” (노조가 임금 제안을 거부하면서 보잉 파업이 질주하고 있다) |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barrel’이 나옵니다. 원래 ‘lock, stock and barrel’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총의 각 부분을 말합니다. ‘lock’은 걸쇠, ‘stock’은 개머리판, ‘barrel’은 총신(총이 발사되는 긴 통로)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총이 완성됩니다. ‘lock, stock and barrel’은 ‘완전체’ ‘전부’를 말합니다. 그런데 왜 ‘barrel’이 아니라 ‘two smoking barrels’라고 했을까요. 큰 총은 총신이 2개(two barrels)입니다. 화력이 크기 때문에 발사될 때 연기(smoking)가 모락모락 납니다. 총이 발사되는 순간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해 ‘barrel’ 대신 ‘two smoking barrels’라고 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1일 소개된 백악관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에서 누가 당선되는 백악관의 주인은 바뀝니다. 현 주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짐을 싸서 나가야 합니다. 백악관 이삿날은 매우 바쁩니다. 이전 주인이 이사를 나가고 새 주인이 들어오는 일정이 대통령 취임식 날에 맞춰 동시에 벌어집니다. 그 바쁜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021년 1월 2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25/105089259/1
It’s a mad dash.” (미친 질주다) |
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 (바이든 가족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이곳에 많이 와봤다) |
See you on the flip side.” (조만간 봅시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철도 르네상스’ 올해만 11개 개통… 정부가 공들이는 이유는?[황재성의 황금알]
- [속보] 합참 “북 GPS 교란 도발…우리 선박·민항기 장애”
- 브레이크 없는 尹지지율, 17%로 또 최저
- 민주, 서울서 2차 장외집회…특검 여론전 총공세
- 고금리·강달러 시대 온다? 트럼프 경제학의 다른 이야기[딥다이브]
- 머스크와 빌게이츠… 희비 갈린 미국 기업인
- 공천개입의혹 명태균 8시간 檢조사… 明측 “추가 폭로 없다”
- 부산 첫 입항한 미 해군 핵잠수함지원함 ‘에모리 S. 랜드’
- “돈 내놔”…도박자금 마련하려 母 폭행한 30대 아들, 집행유예
- 이영애, 사할린 귀국 동포-독립운동가 후손 돕기에 2000만원 기부[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