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의 비극인가’…금성호, 너무 많은 어획량에 침몰 추정
선언 공통 증언 “어획량 평소보다 많아”
인양후 구조적 결함 여부도 조사해야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고등어잡이 어선 ‘135금성호’는 너무 많은 어획량 때문에 기울어져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어선 인양 후 내부에 구조적 결함이 없는지 등의 추가 수사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철 제주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9일 오전 10시 제주해양경찰청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금성호의 모든 생존 선원들의 진술에서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를 유의미한 것으로 본다”면 “많은 어획량이 어선의 복원력 상실에 어떠한 원인이 되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생존 선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날 금성호는 평소 3회에서 5회에 걸쳐 작업할 어획량을 한번에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금성호는 잡아들인 어획물을 1차 운반선이 실어간 후 2차 운반선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침몰했다. 1차 운반선으로 200t 가량으로 추산되는 어획량을 옮긴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 더 많이 잡았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김 수사과장은 “(금성호가 투망과 양망 후) 배 우측에 그물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운반선이 와서 한차례 고기를 이적하고 나간 후 쓰러졌다면 고기의 무게 영향을 받아 넘어졌을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면서 “그물 내 물고기가 죽으면 무게를 더할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경은 이는 생존 선언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같은 선단의 관계자와 다른 선단 등 동종업계 관계자의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수사과장은 “찰나에 복원성을 잃어버린 원인이 오로지 어획량 때문인지는 추가 조사로 여러가지를 파악해야 하고, 인양 후 어선의 구조적 결함도 봐야 한다”면서 “해당 배는 같은 사고가 없었지만 많은 어획량으로 인한 침몰, 전복 사고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선적 129t급 선망 어선인 금성호는 지난 8일 오전 4시31분쯤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주변에 있던 다른 선단에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금성호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인도네시아인 11명) 중 한국인 선원 2명이 사망하고 12명(한국인 10명·인도네시아인 2명)은 실종됐다. 현재 금성호 선체는 완전히 침몰한 상태다.
해경은 금성호 사고 실종자에 대한 수색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이날 해수유동예측시스템의 결과를 반영해 수색구역을 어선 침몰 위치를 중심으로 동서 37㎞, 남북 19㎞로 확대했다.
이날 해양 수색에는 민관군 선박 50여척, 항공기 9대가 동원됐다. 육상에서도 400여명의 인력이 해안 순찰을 하고 있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북동풍이 초속 8∼10m, 물결이 1.5m 높이로 일고 있다.
수중 수색도 병행한다. 사고 해역에는 해군의 광양함과 청해진함이 도착해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군함에는 심해 수중 수색이 가능한 원격조종 수중로봇(R.O.V)과 음파를 송출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소나 장비 등이 탑재됐다. 해군 함정은 원격조종 수중로봇(R.O.V) 등을 이용해 침몰 선박의 정확한 위치와 침몰 형태를 확인하고 주변의 해저 지형을 파악한다.
민간구난업체인 크레인 바지선도 심해 잠수사들을 태우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 중이다. 바지선은 10일 밤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해군의 심해 수색 장비와 심해 잠수사 등을 통해 침몰한 어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어선의 인양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해경은 “현재 금성호는 침몰했지만 부력으로 살짝 떠있는 상태라서 침몰 위치도 조금씩 변경되고 있다”면서 “수중 수색으로 어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어망을 제거해 인양할지, 그대로 인양할지 등을 논의한 후 인양 방법과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성호는 고등어, 삼치, 정어리 등을 잡는 어선으로, 본선 1척과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하나의 선단을 이루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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