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수업인가, 야유회인가'…제주대 '올레길과 자아성찰' 과목 인기

임재영 기자 2024. 11. 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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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걸으면서 진로, 학업 설계
학내외 멘토단이 학생들을 지원
제주 자연과 문화 속에서 젊음 발산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포구에서 제주대 교과목인 ‘제주올레길과 자아성찰’에 참여한 학생과 멘토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2024.11.08.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온실에서 얌전하게 자라다가 광야에 나온 느낌입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온도와 몸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날 것’을 그대로 접했습니다.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사색,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제주대 ‘제주올레길과 자아성찰’ 교과목에 참여한 김건휘(20·독일학과 1년)씨는 “처음 올레길을 걸을 때는 풍경과 분위기가 낯설었는데 조금 익숙해지면서 동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즐겼다”며 소감을 밝혔다.

제주대는 무전공, 학과별 허물기 등 모집 광역화를 추진하는 교육부 정책 기조에 선제적 적응을 위해 올해부터 ‘제주올레길과 자아성찰’ 교과목을 개설했다.

학내외 인사로 구성한 멘토단이 학생들과 올레길을 걸으며 대학적응을 지원하고 진로, 학업에 대한 설계를 도와주는 것이다.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 속에서 학생 스스로 성찰의 시간도 갖는다.

올해 1학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 이어 2학기 과정도 순식간에 정원 30명을 채우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번 학기 올레길 걷기 3번째이자 마지막 과정은 제주올레 9코스에서 펼쳐졌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김일환 제주대총장(가운데 흰 모자)은 8일 열린 '제주올레길과 자아성찰' 교과목 올레길 걷기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멘토가 되어 음지에 있는 친구를 양지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소망했다. 2024.11.08. ijy788@newsis.com

9코스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화순금모래해변까지 이어지는 7.5㎞ 구간으로 깎아지른 듯한 박수기정을 오르고 난 후 상록수림, 하천, 진지동굴 등을 지난다.

8일 오전 대평포구에서 교과목 수강생과 멘토단이 출발했다. 멘토로 김일환 제주대총장과 교직원을 비롯해 제주연구원 21명, 제주관광공사 6명, 기업가 2명 등이 참여했다.

출발한지 200m 정도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다소 거친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고려~조선시대 진상하는 말을 수송하려고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길인데 경사가 높아 대화하기가 불편했다.

20여분 뒤 박수기정에 오르고 난 뒤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이야기가 서로 오갔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대 '제주대 올레길과 자아성찰' 수강 학생들은 8일 학내외 인사로 구성된 멘토단과 걸으며 진로, 학업 설계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 속에서 학생 스스로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2024.11.08. ijy788@newsis.com

김주연(19·기계시스템공학과)양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찾아가야할지 막막했는데 여러 의견을 듣다보니 어렴풋하게 가야할 방향이 보이는 것 같다”며 “걸으면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멘토로 참여한 양덕순 제주연구원장은 “연구원 박사들도 대학생시절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가졌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조언할 수 있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향해 도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첫 학기와 마찬가지로 2학기는 3회의 올레길 걷기를 멘토링 수업이수제로 운영했으며 일반선택과목으로 1학점을 부여한다. 제주올레길을 통한 대학생활 및 진로계획을 발표하는 결과보고회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학기 학생과 멘토들은 9월 초에 제주올레길과 자아성찰 소감문 모음집인 ‘놀멍, 쉬멍, 걸으멍 간세다리 제1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놀면서, 쉬면서, 걷는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학생 24명이 걸으면서, 이야기하면서 느낀 소감을 생생하게 전했으며 멘토 12명도 소회를 밝혔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대 '제주대 올레길과 자아성찰' 수강 학생들은 8일 학내외 인사로 구성된 멘토단과 걸으며 진로, 학업 설계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제주의 자연, 문화, 역사 속에서 학생 스스로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2024.11.08. ijy788@newsis.com

이 교과목은 김일환 제주대총장이 직접 기획했다. 김 총장은 “2022년 총장으로 취임했는데, 그 해 학생 2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멀어지는 학생들을 세상을 논하고, 인생을 논하는 활기찬 젊음의 세계로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제주올레길’이 떠올랐다. 김 총장 자신도 사전 답사 차 올레길을 걸으면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김 총장은 “최종 목적이 ‘세이브 마이 프렌드’인데 수업을 받은 학생이 나중에 멘토가 되어 음지에서 혼자 아파하는 친구를 양지로 이끌어준다면 이보다 더 즐겁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나”며 “제주의 자연을 벗 삼아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y7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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