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턴에…환율 1400원 이즈백[금융시장 판도 바뀌나①]
연준 속도 조절에 밀려난 한은 금리 인하 기대
고환율, 수입물가에 압력…높아진 고물가 우려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원·달러는 곧바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고 수직상승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섰지만,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는 '레드 스윕'에 공약 구체화까지 줄줄이 남은 이벤트가 다시 1400원대로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연초 부풀었던 1200원대 진입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환율 부담에 한국은행의 금리 완화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악순환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가 유발한 고환율이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1400원 환율, 뉴노멀 될까
1400원대 환율은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달러값이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은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강화했던 2022년 세 차례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 소식은 그대로 환율을 1400원대로 밀어 올렸다. 대규모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을 골자로 한 트럼프 공약이 경기 방어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연결되며 달러 강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대선 전 103선 대에서 대선 직후 105선으로 2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원화값은 빠르게 떨어졌고, 엔화값도 달러당 151엔 중반에서 154엔 중반으로 급락했다.
지난 7(현지시각) 연준의 '스몰컷'에 원·달러는 1380원대로 밀려났지만, 전문가들은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연설과 공약 현실화, 레드스윕 등 달러 강세를 유발할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에 달러 강세가 내포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환율 상방 리스크가 있다"면서 "1400원대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분기 정도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고환율에 한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10월 회의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확장 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연준이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완화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내수 부진을 우려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연준의 금리 정책을 고려해 속도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강화가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이민자 감소는 서비스 임금 인상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했다. 이는 곧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환율, 수입물가에 압력…물가 다시 오르나
반면 원화값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로 전환되면서 환율이 높아져도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것은 크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보편관세, 보호무역 공약은 수출 여건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더욱이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지극해 고물가 부담을 높인다는 점도 리스크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공약에 대해 "고금리와 고물가 여건에서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면 저성장과 고물가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에 따라 1400원 대 환율 기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트럼프식 경기 부양과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준이 금리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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