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턴에…환율 1400원 이즈백[금융시장 판도 바뀌나①]

남주현 기자 2024. 11.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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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에 1400원 환율, 뉴노멀 가능성
연준 속도 조절에 밀려난 한은 금리 인하 기대
고환율, 수입물가에 압력…높아진 고물가 우려
[밀워키=AP/뉴시스] 지난 7월 18일(현지시각)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 멜라니아 여사,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2024.11.07.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원·달러는 곧바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고 수직상승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섰지만,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는 '레드 스윕'에 공약 구체화까지 줄줄이 남은 이벤트가 다시 1400원대로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연초 부풀었던 1200원대 진입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환율 부담에 한국은행의 금리 완화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악순환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가 유발한 고환율이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1400원 환율, 뉴노멀 될까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6원 오른 1396.2원에 거래를 마치며 가까스로 1400원 앞에 멈췄다. 하지만 야간 시장에는 1405원으로 치솟으며 1400원대를 넘어서더나 이튿날에도 1396.6원에 장을 마쳤다.

1400원대 환율은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달러값이 종가 기준 1400원을 넘은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강화했던 2022년 세 차례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 소식은 그대로 환율을 1400원대로 밀어 올렸다. 대규모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을 골자로 한 트럼프 공약이 경기 방어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연결되며 달러 강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대선 전 103선 대에서 대선 직후 105선으로 2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원화값은 빠르게 떨어졌고, 엔화값도 달러당 151엔 중반에서 154엔 중반으로 급락했다.

지난 7(현지시각) 연준의 '스몰컷'에 원·달러는 1380원대로 밀려났지만, 전문가들은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연설과 공약 현실화, 레드스윕 등 달러 강세를 유발할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에 달러 강세가 내포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환율 상방 리스크가 있다"면서 "1400원대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분기 정도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환율이 내려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한동안 1200원대 진입은 쉽지 않고, 이제 1300원 후반에서 1400원대를 오르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금융수장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공동취재) 2024.11.08. kmn@newsis.com

고환율에 한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할까

트럼프발 고환율은 한은의 금리 인하 스텝을 꼬이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악재로 평가된다. 저성장에 내수 부양 부담이 높이진 한은이지만, 금리 인하가 고환율을 유발해 외국인 자금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10월 회의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확장 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연준이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완화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내수 부진을 우려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연준의 금리 정책을 고려해 속도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강화가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이민자 감소는 서비스 임금 인상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했다. 이는 곧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대해 "통화정책에 있어 최종 금리 인하 레벨의 추가 하향보다는 유지 또는 소폭의 상향 가능성을 커졌다"면서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는 유지되겠지만, 2026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화시킬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0.1% 증가했다.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10.24. yulnetphoto@newsis.com

고환율, 수입물가에 압력…물가 다시 오르나

고환율은 수입 가격을 높여 우리 경제에 직접 타격도 미친다. 달러값 상승에 같은 상품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편 관세 등이 수출을 옥죌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은 수·출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원화값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로 전환되면서 환율이 높아져도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것은 크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보편관세, 보호무역 공약은 수출 여건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더욱이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지극해 고물가 부담을 높인다는 점도 리스크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공약에 대해 "고금리와 고물가 여건에서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면 저성장과 고물가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에 따라 1400원 대 환율 기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트럼프식 경기 부양과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준이 금리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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