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현금 늘린다" 이 남자의 돌변…주목해야할 이유 셋

김재현 전문위원 2024. 11. 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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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4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회장인 워런 버핏이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2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워런 버핏의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당신은 '마켓 타이밍'이 탁월했습니다. 1969년과 1970년에 시장에서 빠져나와 주가가 정말 낮았던 1972년과 1974년에 다시 들어갔으며 1987년, 1999~2000년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은 주가가 하락 중인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매매 시점을 선택하시나요?"

버핏은 웃으며 "향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며 시장 예측을 근거로 매매를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모두가 시장을 비관하던 2008년 자신의 낙관론이 적중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의 마켓 타이밍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곧 버핏은 2008년 9~10월 껌 제조업체 리글리와 골드만삭스에 약 15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나중에 보니 불리한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다우존스지수는 2009년 3월 6000선까지 하락한 후에야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했다.

버핏의 마켓 타이밍이 단기적으로는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추세는 비교적 정확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워런 버핏의 3가지 신호를 살펴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비중 28.3%로 사상 최고치 경신
버크셔 해서웨이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그래픽=윤선정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일 버크셔는 3분기 보고서(FORM 10-Q)를 통해 현금 보유액이 3252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2769억달러)보다 483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버크셔는 2분기 애플 지분 절반을 매각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남은 지분의 약 25%를 팔아치우며 애플 지분 규모가 지난해 말 약 9억주에서 3억주 정도로 급감했다. 버크셔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주식도 매도를 지속하며 3분기에만 모두 34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현금화했다.

버크셔가 계속 성장했기 때문에 현금 보유액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버크셔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지난 8월 6일 조나단 레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분기 버크셔의 애플 매도로 현금 보유액이 2769억달러로 늘었으며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이 2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비중이 2005년 6월 말 기록한 24.5%를 넘어선 건 시장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3분기에는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3252억달러로 증가하며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이 28.3%까지 올랐다.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레빈 칼럼니스트는 버크셔의 현금 비중 상승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 버핏이 증시 폭락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버핏 지수도 204.6%로 사상 최고치
버핏 지수/그래픽=이지혜
버핏이 선호하는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도 204.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증시가 과열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버핏 지수는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버핏이 2001년 미국 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적정한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라고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미국 투자정보매체 구루포커스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미국에서 본사를 둔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윌셔5000' 주가지수의 시가총액은 60조576억달러, 미국 GDP는 29조3499억달러로 이를 통해 구한 버핏 지수는 204.6%다.

구루포커스는 역사적인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버핏 지수를 ①84% 미만: 현저한 저평가 ② 84%~108%: 저평가 구간 ③108~132%: 적정 주가 ④132~156%: 고평가 구간 ⑤156% 초과: 현저한 고평가의 5구간으로 나눴다.

버핏 지수의 20년 평균 수치는 119.83%이며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급락 시 한때 50%대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이후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버핏 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PBR이 1.58배로 상승하자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도 중단
버크셔 해서웨이 PBR 추이/그래픽=이지혜
마지막 지표는 버크셔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지난 8월말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총이 한때 1조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됐다. 7일 버크셔 A주는 68만82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버크셔는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버크셔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될 때는 회사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보유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버크셔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3분기 버크셔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앞서 버크셔는 1분기 자사주 매입에 26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2분기 3억4500만달러로 크게 줄인 바 있다.

버크셔는 2011년 이후 PBR이 1.2배를 하회할 때만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2018년 매입기준을 회사가 판단하는 본질 가치 이하일 경우로 변경한 바 있다. 버크셔 PBR은 2020년 3월 말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할 때 0.91배까지 급락한 적이 있으나 이후 1.2~1.4배 수준을 유지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버크셔 주가가 상승을 이어가며 1.6배를 돌파했으며 지난 7일 1.579배를 기록했다.

버크셔는 3분기 보고서에서 "버핏이 자사주 매입 가격이 보수적으로 평가한 버크셔의 내재 가치를 밑돈다고 믿을 때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이 현재 버크셔 주가가 내재 가치를 웃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버핏이 현재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버핏이 증시가 과열됐다고 여긴다고 해서 곧 증시가 붕괴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레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버크셔가 2002~2005년 동안 현금 비중을 높이고 2007년 말까지 높은 현금 비중을 유지한 까닭에 2002~2007년 중반까지 S&P500지수 수익률을 상당폭 하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버핏의 전망이 항상 옳았다.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버핏의 3가지 신호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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