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다채로운 색깔…아프리카에 맞춤형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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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남쪽 끝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북쪽 끝인 알제리로 이동했다. 직항으로 약 9시간10분이 걸렸는데, 한국에서 두바이나 인도로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의 광대함과 다양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사막, 열대우림, 광활한 초원과 도시 풍경이 교차하는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모습은 단순한 경제적 기회 이상의 매력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대륙은 각기 다른 자연환경과 문화가 얽혀 있어, 그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를 향한 우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를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54개의 국가로 구성돼 있으며, 각 국가의 정치·경제·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르다. 한국, 중국, 일본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국가들임에도 동아시아라는 틀로 묶였을 때 느껴지는 미묘한 서운함 같은 것이 있다. 마찬가지 입장에서 아프리카도 경제적 기회가 있는 ‘단일한 지역’이 아니라 복잡한 문화·사회적 맥락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와 소비자 행동
아프리카는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각국의 다양한 언어·종교·전통이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북아프리카의 아랍 문화와 서부 아프리카의 토착 문화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각각 다른 영향을 준다. 북아프리카는 이슬람 문화가 깊게 뿌리 내렸으며,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돼지고기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품을 수출할 때 할랄 인증이 필수적이다. 또한 아랍어를 널리 사용하며 전통적인 가치를 반영한 소비 행동이 나타난다.
반면 남아공 소비자는 가격 민감도가 높으며,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 또한 중요시한다. 저가품 시장은 개별 포장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되며, 신흥 중산층이라 불리는 ‘블랙 다이아몬드’는 구매력이 높아 가격이 비싸더라도 브랜드를 중시하기도 한다. 경제적 불균형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고려해 구매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기업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함께 품질을 강조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제 패턴도 국가별 특성이 다양하다. 남아공이나 케냐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 모바일 결제를 선호한다. 이에 비해 현금 사용을 고수하는 국가도 많다. 알제리는 여전히 현금을 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다. 나이지리아는 대부분 현금을 사용하지만 최근 모바일 결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현지 시장의 국가별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프리카의 경제적 모습도 다양하다. 남아공은 광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이 발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요한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프라도 선진국에 필적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자동차 산업, 금속 및 광물 산업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북아프리카도 각국의 특성이 뚜렷하다. 알제리는 풍부한 석유,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경제의 주요 기반을 이룬다. 알제리는 자원 수출을 통해 외화 수입을 올리며, 이를 활용해 인프라 개발과 사회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또한 산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현지 제조업 육성 정책을 시행해 비석유 부문에서도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케냐는 동부 아프리카의 허브로 자리잡았으며,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이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엠페사(M-Pesa)는 금융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게 휴대전화로 결제 수단을 제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모델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비슷한 공통의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원 중심과 원조에 의존하는 것을 벗어나 안정적인 사회 구축과 자립을 위해 제조업 기반 확충과 다양한 사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같지만 해결 방식은 달라
가나는 ‘1지구 1공장’(1 District 1 Factory) 사업을 적극 추진해 제조업 육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공장을 설립해 투자했다. 남아공은 급진적 경제 민주화를 위한 ‘산업정책 행동계획’(Industrial Policy Action Plan)을 추진하며, 포괄적인 ‘흑인 경제 육성법’(Black Economic Empowerment, BEE)을 통해 외국인 투자 기업의 역량을 전부 전수받고자 한다. 알제리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수입허가제를 운영하며, 알제리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만 선별적으로 수입을 허가한다.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다. 많은 국가는 ESG를 사회공헌(CSR) 수준으로 인식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나 인력 양성, 지역사회 활성화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약속하고 탈탄소화 경로 개발을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남아공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연간 보고서 발간 때 고려해야 할 ESG 원칙을 제공하고 있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증권거래소(DSE)는 상장기업에 ESG 성과를 보고서에 포함할 것을 권장하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러한 정책적·규제적 차이 때문에 각 국가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몇몇 글로벌 기업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를 보여준다. 다국적 식음료 기업들은 현지 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해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끌어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아프리카 각국의 문화와 기호를 고려해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남아공에선 기존의 콜라병 형태를 사용하지만, 동부 아프리카에선 마사이족을 형상화한 긴 콜라병을 유통하는 등 국가의 문화적 요소를 반영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영국 식민지였던 국가는 우측 핸들 차량을, 다른 국가들은 좌측 핸들 차량을 사용하며 도로도 반대 방향으로 운행한다. 또한 남아공이나 케냐는 이동 거리가 먼 점을 고려해 내구성이 강한 스포츠실용차(SUV)를 선호하는 반면, 인구밀도가 높은 알제리는 경차를 주로 운행한다.
패션산업에서도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남아공은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사회로,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향한 수요가 크다. 이에 따라 현지 브랜드들은 최신 유행을 반영한 스타일을 중시한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전통적인 패션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에 맞춰 ‘세레나 코리아’(Serena Korea)는 전통 원단 키텡게(Kitenge)를 활용한 트렌디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현재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의 출범과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본격화는 경제 통합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가 아프리카 정상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으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아프리카의 움직임도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의 땅’이 아니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국가별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아프리카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프리카 각 국가의 경제·사회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더는 ‘하나의 땅’이 아니고 ‘다채로운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아프리카에서 할 일이 많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 전체에 대한 그림은 다양한 자료로 제공되지만, 국가별로 하나씩 살펴보며 이해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제적 영향력을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각국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접근이 아프리카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허종원 KOTRA 알제 무역관 차장 youandi@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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