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나만의 공연장에서 드‘라이브’ PLAY![정우성의 일상과 호사]

기자 2024. 11.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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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를 공연장 명당으로 만드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영국의 스피커 회사 메리디안의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한 기아 EV9.

손으로 밀어서는 잘 열리지도 않을 만큼 무겁고 오래된 철문이었다. 어깨로 밀어 열고 들어가자 경비원이 가방과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삼엄한 대문을 지나 언덕을 따라 쭉 올라가니 기아 K8과 EV9이 나란히 서 있었다. 조금 더 시선을 돌리니 고즈넉한 고택과 영국식 정원이 어우러진 낯설고도 한적한 풍경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영국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과 기아가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주최한 브랜드 체험 행사의 풍경이었다.

요즘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거주 공간으로의 개념 이동이 한창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지각 변동이 일단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내연기관으로서의 자동차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제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차를 원하기보다 일상과 취향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자동차가 중요해졌다. 오디오야말로 운전과 거주 경험을 동시에 쾌적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첫 번째 엔터테인먼트다.

오디오 시스템으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볼보다. 볼보는 하만카돈과 바워스앤윌킨스, 이렇게 두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하만카돈과의 협업도 훌륭하지만 최고 수준의 청취 경험을 약속하는 시스템은 단연 바워스앤윌킨스와의 조합이다. 바워스앤윌킨스는 1966년에 설립된 영국 오디오 회사. XC60, S60 등 크기로 치면 중형 이상의 차종의 상위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 두루두루 훌륭하지만 볼보의 가장 큰 SUV인 XC90에서 듣는 오디오 경험은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로 황홀한 수준이다. 상위 트림인 만큼 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늘, 누구에게나, 웬만하면 돈을 더 쓰고 바워스앤윌킨스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 옵션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까지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디지털 음원을 손실 없이 재생하는 기술이 뛰어난 메리디안의 스피커(위 사진). 오디오 시스템으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는 볼보의 바워스앤윌킨스.

볼보에서 들을 수 있는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총 네 가지 사운드 모드를 제공한다. 스튜디오, 개인 무대, 콘서트홀, 재즈 클럽 중 한 가지 모드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스튜디오는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개인 무대 모드에서는 지금 듣고 있는 가수나 밴드가 공연하는 무대 앞 가장 좋은 자리에 혼자 앉아 듣는 것 같은 느낌. 콘서트홀 모드에서는 볼보의 고향, 본사와 공장이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음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재즈 클럽도 마찬가지다. 예테보리에 있는 유서 깊은 재즈 클럽 ‘네페르티티’의 느낌을 선명하게 살렸다.

거창한 음원을 골라 들을 필요도 없다. 흔히 쓰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음원으로도 충분하다. 심지어 콘서트홀 모드로 KBS 클래식 FM을 들어도 상상을 초월하는 음장감과 음질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건 잘 못 느끼는 ‘막귀’라서 너무 좋은 사운드 시스템은 필요 없다고? 장담하건대 세상에 그런 귀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각은 경험하면 열린다. 일단 듣고 나면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운전석이나 조수석, 뒷자리에 앉아서도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을 정확히 구분해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볼보와 바워스앤윌킨스의 조합이 약속하는 건 그렇게 또렷하고 호사스러운 경험이다.

영국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 체험
세계 최고 디지털 음원 재생 기술로
기아 EV9·K8 사운드 시스템 적용
볼보 중형 차종 XC60·XC90엔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가 내장
제네시스,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웸블리 스타디움 음장감 선보여

자동차에서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제네시스와 뱅앤올룹슨의 협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뱅앤올룹슨은 무려 1925년에 피터 뱅과 스벤트 올룹슨이 만든 덴마크 회사다. 맑고 깨끗하고 섬세한 음색으로 정평이 난 뱅앤올룹슨 사운드는 어느새 100주년을 앞두고 점점 확장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며 단단해지는 중. 한 곡에 들어 있는 모든 악기와 목소리를 하나하나 분리한 후 기술이 허락하는 만큼 깨끗하게 만들어 다시 조합해 강력하게 출력하는 소리를 뱅앤올룹슨의 모든 제품에서 들을 수 있다. 그 순수하고 옹골찬 음색을 자동차 안으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옵션이니까 원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조금이라도 즐기는 사람이라면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쾌감을 약속한다.

2023년 말에 출시한 GV80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무려 18개의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다. 뱅앤올룹슨은 그를 통해 세 가지 사운드 모드를 제공한다. 일단 ‘뱅앤올룹슨 홈’은 뱅앤올룹슨 레퍼런스 청취 공간을 가상으로 재현한 모드다. 뱅앤올룹슨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간에 완벽하게 세팅해 놓은 사운드를 GV80 실내에 재현했다. 보스턴 심포니홀 모드는 볼보의 바워스앤윌킨스가 제공하는 예테보리 콘서트홀 모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세계 공연장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보스턴 심포니홀의 음장감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모드로 설정해두고 좋아하는 지휘자나 연주자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감상하는 호사를 거부할 수 있는 클래식 팬이 존재할까?

올봄에 출시한 제네시스의 기함, G90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스포츠 경기장이자 공연장인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모드가 추가됐다. 엘튼 존, 퀸 같은 전설의 아티스트부터 BTS,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세계 최고 아티스트들이 역사에 남을 공연을 펼친 그 무대의 음장감을 그대로 살렸다. 뱅앤올룹슨은 이 기술을 버추얼 베뉴 라이브라고 부른다. 내 차가 곧 공연장이 되는 것이다.

그날의 영국대사관은 기아와 영국 브랜드 메리디안을 위한 무대였다. 메리디안은 1977년에 설립한 영국 스피커 회사. 디지털 음원을 손실 없이 재생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액티브 스피커를 처음 만든 회사도 메리디안이었다. 1991년, DSP6000이라는 이름이었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원을 바로 재생할 때 앰프나 여타 장비들을 거치지 않고 스피커 하나로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디지털 액티브 스피커라고 한다. 그러니 자동차에 들어가는 사운드 시스템에서도 확실히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니까.

2010년부터 이어온 재규어랜드로버그룹과의 협업도 그 증거다. 한국에서는 지금 살 수 있는 레인지로버 모델에서 메리디안 시스템의 황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호사스럽기로 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 전통의 브랜드에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EV9, K8 등 기아 상위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영국 대사관저 앞마당에 전시돼 있었던 EV9의 사운드 시스템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샀더니 SUV가 생겼다는 농담이 현실로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그날 현장에 있었던 메리디안 영국 본사의 국제 영업 매니저 제러미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기아자동차에 들어가는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하나부터 열까지 영국 본사에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메리디안의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세팅해 거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이제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수단으로서의 개념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움직이는 거실이자 서재, 혼자만의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온 가족의 캠핑 수단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그 다양성을 훨씬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흐름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넓은 공간에서 배터리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이렇게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오디오 시스템은 그야말로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볼보와 바워스앤윌킨스, 제네시스와 뱅앤올룹슨, 기아와 메리디안의 조합을 기억해 뒀다가 반드시 경험해 보시기를 권한다. 귀가 열리고 감각이 예민해지며 일상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또 하나의 취미생활, 자동차를 고르는 또 다른 기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우성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파크’ 대표, 작가, 요가 수련자. 에세이집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단정한 실패> <산책처럼 가볍게>를 썼다.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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