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준비한 올림픽인데, 렌터카 타고 '발 동동'…황당한 연맹 해명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1. 9. 09:03
[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도쿄 올림픽 전웅태의 사상 첫 메달에 이은 파리 올림픽 성승민의 여자 선수 첫 메달. 76년 역사의 한국 근대5종은 경기력 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도 전웅태, 서창완, 성승민, 김선우 등이 번갈아 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근대5종연맹의 행정은 의문의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표 선수단과 연맹의 마찰, 대표 선수단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의사 결정, 여기에 각종 비리 의혹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고 있는 한국 근대5종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첫 경기, 펜싱 남자부 랭킹 라운드가 열린 8월 8일 오전, 근대5종 대표팀은 아찔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묵는 다른 나라 선수단은 대회 조직위에서 제공한 공식 차량을 이용해 10여km 정도 떨어진 경기 장소, 노스 파리 아레나로 1~20분 만에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경기장에서 40km 이상 떨어진 숙소에서 올림픽 전용 도로를 이용할 수 없는 일반 렌터카를 타고 이동하느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올림픽 공식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은 경기장에 주차할 수도 없어서, 자칫하면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도 못할 뻔했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파리 경찰차를 본 우리 선수단이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해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경기 시작 30분 전 간신히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우리 선수들은 헐레벌떡 펜싱복으로 갈아입고 숨도 고르지 못한 채 꿈의 무대, 가장 중요한 결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5승 정도를 목표로 잡았던 전웅태는 22승, 서창완은 20승에 머물렀습니다.
출전 선수 전원이 한 번씩 맞대결을 펼치는 펜싱 랭킹 라운드의 점수는 준결승과 결승전 점수에 모두 반영됩니다. 선수당 35경기를 치르고 1승당 포인트가 5점씩 좌우되기 때문에 최종 성적에 영향이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3승만 더해도 15점이 높아져 마지막 순위를 결정하는 준결승이나 결승전의 레이저 런(Laser Run) 때 15초 먼저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그만큼 큰 손해를 본 겁니다.
그나마 만약 경찰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몇 년을 준비한 올림픽에 출전도 못할 뻔했던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근대5종 대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취재 결과, 대한근대5종연맹은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할 것인지에 대해 선수단에 한 번도 질문이나 상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입촌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연히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가 대회 개막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5월 말에서야 파리 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 대표팀 최은종 감독은 연맹에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이미 신청 기한이 지나서 선수촌 입촌은 할 수 없으니 연맹이 예약한 호텔을 사용하라고 통지했습니다.
하지만, 선수촌 대신 대한근대5종연맹이 예약했다는 호텔의 위치도 문제였습니다. 연맹이 잡은 곳은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종목의 공식 호텔이긴 하지만, 준결승과 결승전을 위한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인근의 호텔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준결승과 결승 이전에 그곳에서 멀찍이 떨어진 파리 <북쪽>의 공식 훈련장과 펜싱 랭킹 라운드 경기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연맹이 예약한 호텔을 이용할 경우 선수들은 매일 길에서 몇 시간씩 허비하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게 뻔했습니다. 선수단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연맹은 훈련장 인근에 일단 대체 숙소를 잡아줬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파리 북쪽에 새롭게 잡은 숙소는 우범 지대에 위치한 데다 웨이트장도 없어서 선수들은 하루 한 번 공식 훈련장의 제한된 훈련 시간 이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도 없었고, 야외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던 대표팀은 연맹 예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파리 <북쪽>에서 열리는 펜싱 랭킹 라운드 하루 전날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인근의 연맹이 처음 예약한 호텔로 숙소를 옮겨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짐을 싸서 경기장 반대쪽,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겁니다.
이동일을 하루만 늦춰서 펜싱 랭킹 라운드를 치른 뒤 베르사유 근처 호텔로 숙소를 옮겼더라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조금은 나았을 겁니다.
더구나 연맹은 선수단 11명에 통역을 담당하는 연맹 직원 1명까지 총 12명이 있는 대표팀에 운전기사도 없는 9인승 렌터카 1대만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훈련장과 경기장, 식당 등으로 이동할 때 9명이 렌터카에 타고 나머지 선수단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9명이 탄 렌터카는 승마 담당 코치가 직접 운전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얘기했듯 경기 당일 올림픽 전용 레인을 탈 수도 없고, 경기장 출입도 안 되는 차량을 대표팀 코치가 운전해 초행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근대5종 선수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다면 이 모든 문제가 애초에 생길 게 아니었습니다. 선수촌은 공식 훈련장이나 펜싱 랭킹 라운드가 열리는 노스 파리 아레나와 멀지 않고, 공식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 올림픽 전용 레인을 타고 베르사유까지도 3~40분 내에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설 좋고 안전한 장소에서 언제든 연습하며 컨디션 조절도 훨씬 용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국가의 근대5종 선수단은 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대한민국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근대5종 연맹에 "애초에 올림픽 선수촌 사용 신청을 하지 않았던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연맹은 "대한체육회에 선수촌 사용 신청을 요청했지만, 체육회가 실수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문서화하지 않아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체 올림픽 선수촌 입촌 같은 중요한 업무를 어떻게 구두로 신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구두로 요청했더라도, 체육회 실수라면 체육회에 책임을 물어야 했고, 연맹 실수라면 담당자를 문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올림픽 선수촌도 못 들어간 근대5종... 렌터카 탔다가 출전도 못할 뻔
하지만, 대한근대5종연맹의 행정은 의문의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표 선수단과 연맹의 마찰, 대표 선수단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의사 결정, 여기에 각종 비리 의혹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고 있는 한국 근대5종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첫 경기, 펜싱 남자부 랭킹 라운드가 열린 8월 8일 오전, 근대5종 대표팀은 아찔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묵는 다른 나라 선수단은 대회 조직위에서 제공한 공식 차량을 이용해 10여km 정도 떨어진 경기 장소, 노스 파리 아레나로 1~20분 만에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경기장에서 40km 이상 떨어진 숙소에서 올림픽 전용 도로를 이용할 수 없는 일반 렌터카를 타고 이동하느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올림픽 공식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은 경기장에 주차할 수도 없어서, 자칫하면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도 못할 뻔했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파리 경찰차를 본 우리 선수단이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해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경기 시작 30분 전 간신히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우리 선수들은 헐레벌떡 펜싱복으로 갈아입고 숨도 고르지 못한 채 꿈의 무대, 가장 중요한 결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5승 정도를 목표로 잡았던 전웅태는 22승, 서창완은 20승에 머물렀습니다.
출전 선수 전원이 한 번씩 맞대결을 펼치는 펜싱 랭킹 라운드의 점수는 준결승과 결승전 점수에 모두 반영됩니다. 선수당 35경기를 치르고 1승당 포인트가 5점씩 좌우되기 때문에 최종 성적에 영향이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3승만 더해도 15점이 높아져 마지막 순위를 결정하는 준결승이나 결승전의 레이저 런(Laser Run) 때 15초 먼저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그만큼 큰 손해를 본 겁니다.
그나마 만약 경찰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몇 년을 준비한 올림픽에 출전도 못할 뻔했던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근대5종 대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취재 결과, 대한근대5종연맹은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할 것인지에 대해 선수단에 한 번도 질문이나 상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입촌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연히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가 대회 개막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5월 말에서야 파리 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 대표팀 최은종 감독은 연맹에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이미 신청 기한이 지나서 선수촌 입촌은 할 수 없으니 연맹이 예약한 호텔을 사용하라고 통지했습니다.
하지만, 선수촌 대신 대한근대5종연맹이 예약했다는 호텔의 위치도 문제였습니다. 연맹이 잡은 곳은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종목의 공식 호텔이긴 하지만, 준결승과 결승전을 위한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인근의 호텔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준결승과 결승 이전에 그곳에서 멀찍이 떨어진 파리 <북쪽>의 공식 훈련장과 펜싱 랭킹 라운드 경기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연맹이 예약한 호텔을 이용할 경우 선수들은 매일 길에서 몇 시간씩 허비하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게 뻔했습니다. 선수단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연맹은 훈련장 인근에 일단 대체 숙소를 잡아줬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파리 북쪽에 새롭게 잡은 숙소는 우범 지대에 위치한 데다 웨이트장도 없어서 선수들은 하루 한 번 공식 훈련장의 제한된 훈련 시간 이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도 없었고, 야외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던 대표팀은 연맹 예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파리 <북쪽>에서 열리는 펜싱 랭킹 라운드 하루 전날 파리 <남서쪽> 베르사유 인근의 연맹이 처음 예약한 호텔로 숙소를 옮겨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짐을 싸서 경기장 반대쪽,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겁니다.
이동일을 하루만 늦춰서 펜싱 랭킹 라운드를 치른 뒤 베르사유 근처 호텔로 숙소를 옮겼더라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조금은 나았을 겁니다.
더구나 연맹은 선수단 11명에 통역을 담당하는 연맹 직원 1명까지 총 12명이 있는 대표팀에 운전기사도 없는 9인승 렌터카 1대만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훈련장과 경기장, 식당 등으로 이동할 때 9명이 렌터카에 타고 나머지 선수단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9명이 탄 렌터카는 승마 담당 코치가 직접 운전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얘기했듯 경기 당일 올림픽 전용 레인을 탈 수도 없고, 경기장 출입도 안 되는 차량을 대표팀 코치가 운전해 초행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근대5종 선수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다면 이 모든 문제가 애초에 생길 게 아니었습니다. 선수촌은 공식 훈련장이나 펜싱 랭킹 라운드가 열리는 노스 파리 아레나와 멀지 않고, 공식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 올림픽 전용 레인을 타고 베르사유까지도 3~40분 내에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설 좋고 안전한 장소에서 언제든 연습하며 컨디션 조절도 훨씬 용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국가의 근대5종 선수단은 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대한민국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근대5종 연맹에 "애초에 올림픽 선수촌 사용 신청을 하지 않았던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연맹은 "대한체육회에 선수촌 사용 신청을 요청했지만, 체육회가 실수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문서화하지 않아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체 올림픽 선수촌 입촌 같은 중요한 업무를 어떻게 구두로 신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구두로 요청했더라도, 체육회 실수라면 체육회에 책임을 물어야 했고, 연맹 실수라면 담당자를 문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궁금한 이야기Y' 옥탑방 시멘트 암매장 사건…16년간 '시멘트' 안에 숨겨져 있던 '진실'은?
- 고속도로 연쇄 추돌…충남 27만 명 단수 피해
- '주차 시비' 동료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택배기사 징역 2년
- [뉴스토리] 교실 파고든 '죽음의 게임' 정부 비웃는 불법도박 업자
- 네덜란드서 원정 축구팬 피격…귀국 항공기 급파
- 3주 만에 8배…털진드기 '쯔쯔가무시' 주의보
- 금성호 침몰 밤샘 수색…"실종자 12명 아직 못 찾아"
- "이란, 재선 전 트럼프 암살 논의"…3명 기소
- 뉴욕 증시, 끝 모를 트럼프 랠리…다우·S&P 사상 최고가 마감
- "1원도 받은 적 없다" 명태균 8시간 조사…오늘 재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