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빌게이츠… 희비 갈린 미국 기업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미국 대선이 사상 초유의 '초박빙' 승부로 진행되면서 재계 큰손들의 역대급 '통 큰' 후원도 이어졌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 억만장자(순자산 10억 달러 이상)는 각각 81명, 52명으로 조사됐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 트럼프 진영은 선거자금 약 17억 달러(약 2조3700억 원)를 모금했다. 이 중 억만장자가 기부한 금액은 34%에 해당하는 5억6800만 달러(약 7900억 원)였다. 해리스 진영(조 바이든 캠프 포함)이 확보한 선거자금은 약 21억5000만 달러(약 2조9900억 원)로 이 가운데 약 6%인 3억9000만 달러(약 5400억 원)가 억만장자들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후원자 신원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이번 대선에서 실제 모금된 억만장자들의 후원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 트럼프에 1800억 후원
카지노 기업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의 대주주 미리엄 애덜슨도 트럼프에게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애델슨은 올해 초 500만 달러(약 70억 원)를 시작으로 7~9월 세 달 동안 매월 2500만 달러(약 350억 원)씩을, 9월 말에는 2000만 달러(약 280억 원)를 기부했다. 2021년 남편인 셸던 애델슨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회장이 사망한 후 남편 유산을 받은 애덜슨은 보유 자산이 350억 달러(약 4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란성 쌍둥이 암호화폐 사업가인 윙클보스 형제는 트럼프 진영에 200만 달러(약 28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기부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사업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인물로 알려졌고,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트럼프에게 기부한 억만장자로는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그의 아내 로라 펄머터, 리즈 유라인 유라인 창업자 등이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막판에 해리스에서 트럼프로 돌아서며 자신이 사주(社主)로 있는 '워싱턴포스트(WP)'의 해리스 지지 선언을 막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온 대표 언론인 WP는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으나, 이를 베이조스가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료 구독자 20만 명이 떨어져 나갔다. 현재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은 향후 5년 동안 국가 안보 로켓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서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빌 게이츠, 해리스 슈퍼팩에 600억 원 기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억만장자들로부터 수천억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자금 후원금에 상한을 두지 않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제도 덕분이다. 최초의 팩은 1944년 미국 산업별노조회의(CIO)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의 재집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연간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5000만 달러(약 650억 원)였다. 이 상한선이 2010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사라지면서 무제한 후원이 가능해졌다.
후원금 상한 없는 슈퍼팩
미국 정치감시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후원금 상한선이 없어지고 처음 치른 2012년 대선에서 슈퍼팩 관련 선거자금은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에 달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약 2400개 달하는 슈퍼팩을 통해 선거자금 약 18억 달러가 모금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가 맞붙은 2020년 미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17억 달러, 트럼프 후보 20억 달러 등 총 37억 달러(약 5조1630억 원)가 슈퍼팩으로 모였다.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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