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또 탄핵”… 신용한이 인수위를 떠난 까닭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인터뷰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나만 깨끗한 척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이라는 사람 한 마디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을 놓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10분부터 밤 12시 10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일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었다. 폭로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했던 일에 대해, 그리고 지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5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캠프에 있을 때 명태균씨가 작성한 ‘대외비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보았다며 해당 PDF 파일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폭로’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캠프에서 신 전 교수를 본 적 없다”, “신 전 교수는 그런 정보를 다룰 위치가 아니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철새다(신 전 교수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민주당에 영입 인재 15호로 입당했다)” 등.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신 전 교수가 말했다. “국감이 있던 날 철새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철새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곡을 눈앞에 두고 자기 스스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인수위가 가장 권력이 막강할 때잖아요. 그때 사표 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했으니 장관 자리는 안 준다고 하더라도 어디 차관급이나 공기업 사장을 줬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홀연히 떠났어요.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대선캠프에서 윤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 정권은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건가.
“분명 윤석열 대통령의 큰 장점은 있다. 정말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캠프에 저와 동갑내기로 정승윤(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부산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친구가 캠프에서 정책발표를 하는데 보도자료 초안에 ‘오또케’라는 말을 여성비하인 줄 모르고 써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캠프에서 사퇴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짐 싸서 간다고 하니 위로, 격려할 것 아닌가. 그때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그랬냐면 ‘정승윤, 너무 힘 빠지지 말라고 해라고 전해라.’ 뒤의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곧 다시 부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이런 게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은 어디서 통하는 건가. 또래집단 같은 데다.”
-형, 동생 하는 조폭 같은 조직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 선후배 술자리 같은 데서 ‘야, 인마 이 XX 뭐 걱정하지 마’ 이런 거다. 그러나 기업 단위나 어떤 큰 공조직, 국가 단위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잖나. 그런 곳에서는 냉정한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 장점으로 (윤 대통령 밑에) 수많은 소위 ‘똘마니’들이 있는 것이다. 충성파 똘마니들. 이렇게 되다 보니까 회의가 늘 하향식이다. 거기다가 이분(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것이 잡학다식하다.”
-그런 인상평이 많다.
“정말 잡학다식하다. 예를 들면 검사들이 전국 돌면서 근무하지 않나. 내일 광주에 방문해서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광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니 국회의원이든 전문가든 광주 출신을 대동하고 회의 자리에 간다. 참고자료가 있고 맨 위에 A4 2장 정도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후보도 회의 자리에서 한 4~5분은 듣는다.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듣는다. 그러다가 ‘야, 내가 말이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그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치킨집 이름이 포시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그걸 또 아무도 제지를 못 하는 건가.
“주말 같은 때, 토요일 오후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이야기가 3시간씩 간다. 속된 말로 만담꾼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재미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있다면 오전 10시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있으면 기자회견이니 예를 들어 GTX 연장 지도를 놓고 막 설명해야 한다. 한 5분 듣다가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검사 출신들이 많은 분량의 공소장을 읽으려면 속독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펜을 꺼내서 대각선으로 짚으며 읽는다. 아마 조서를 많이 읽을 때 습관인 듯하다. 후보자 토론을 하는 데 공보·정책 담당은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수치 같은 게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을 해 해명이 나가게 해야 한다. TV토론 준비팀은 따로 있는데 백업팀도 죽어난다. 한 20명이 모여 하는데 살인적인 일정이다. 매일 명태균에게 휘둘리는 걸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이따위 정권을 보려고 그 새벽부터 정말 그렇게 120일 동안 일했냐고. 나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혼자 슬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떠나겠다고?
“정의와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후보도 됐고, 대통령도 됐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고, 상식과 합리를 말했는데 ‘선택적’ 상식과 합리였다. 아래를 섬기는 리더십 같은 걸 본 적 없다. 대통령은 참모 몇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정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오늘 회의 마치면 진언을 드리자’고 이야기했다. 회의 끝나고 진언할 타이밍인데 전부 휴대폰을 꺼내 딴짓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모두 눈치를 보고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고방식이 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재단한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지 않나. 원탁회의를 하는데 누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대응 관련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 전화는 따로 안쪽에 후보 방으로 가서 받는다. 그런데 밖에도 들리도록 큰소리로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다음에 나와서 ‘다시 회의하자’고 하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졌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나.
“김 여사와 관련해 뭘 건의한다든가 언급하는 건 내가 그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선 전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김건희 여사 녹취록이 터졌고, 김 여사 비선 라인 의혹이 터졌다. 캠프 내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
“왜 뒷말이 없었겠나, 많았다. 누구누구가 멤버라더라, 황○○, 우○○가 어떤 관계다. 그런 이야기는 그때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비선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친구들이 스스로 떠들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남이 떠든 게 아니고.”
신 전 교수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일화 관련 대외비 문건, 선거 당일 열린 회의 메모 등을 보여줬다. “내가 이것 가지고 오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할 일은 없다. 했던 일과 관련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다만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이것만은 덧붙이고 싶다.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남는 소회다.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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