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C·핸드폰 만들때 종이가 다 사용되네[생활속산업이야기]
주요 전자제품 생산 공정에서 사용
압착공정에 PCB용지, 자동화공정에 CT용지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침구, 종이, 페인트, 유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무림P&P 임건 펄프제품개발팀장] 1975년,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의 연구소장인 조지 페이크는 20년 후 미래 사무실 모습을 예견하면서,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디지털의 발달과 함께 전자 문서가 보편화되면 업무에서 더 이상 종이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다르게 복사기, 프린터 기기의 발달과 함께 컬러풀한 문서들을 비롯, 출력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IT 전문매체인 ‘테크레이더’에서 인용한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비즈니스에서 종이 인쇄물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문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종이 문서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종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IT 산업이 종이의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IT를 적극 활용해 종이의 쓰임새가 확대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IT 산업과 함께하는 종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IT 산업에서 종이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곳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효율적인 고객 관리 및 판매 관리 용도로 사용되는 POS(Point Of Sale) 단말기만 보아도, 영수증은 물론 온라인 쇼핑의 배송 전표, 송장 등 다양한 종이를 쓰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ESG 경영을 천명하면서 비닐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택배봉투, 골판지 포장재, 종이 상자 등으로 교체하며 종이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자 각 상품 별 크기에 맞는 최적의 포장재를 추천해 주는 데이터 기반의 첨단 시스템도 갖췄다고 하니, 이같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IT 시스템에 적용가능한 고품질의 종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종이 업계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CT용지는 자동화 공정에서 부품을 기판에 부착 시, 방향이 어긋나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장착될 수 있도록 하는 종이다. 부품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종이(CT용지)에 고정시킨 다음, CT 용지가 기판 위를 지나가면서 종이에서 부품을 분리해 정확한 위치에 결합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CT용지 시장은 연평균 약 5% 성장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연간 약 30만톤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매우 작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 한편 기판에 신속히 장착해야 하므로 CT용지는 균일한 두께와 고른 면특성, 우수한 표면 강도가 요구되며 변형되지 않도록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0여 개 이상의 종이 제조 기업들이 성행했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문 용지 제조사가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종이 산업 강국이었다. 하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공급 증가로 기업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현재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종이 수요 감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 소재로써 종이의 용도가 확장되고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업계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IT 산업에서 활용가능한 다양한 종이를 개발해 공급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이번 글을 통해 ‘페이퍼리스(Paperless)’가 아닌 종이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페이퍼예스(Paper, Yes)’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종이 산업 종사자들의 노력을 한번쯤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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