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집값 관망세 된 때 ‘이 신호’ 주목하라
“정책대출이 집값 떠받칠 거란 믿음 버려야”
(시사저널=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339건을 기록해 전월 대비 2697건 감소했다. 9월 거래량도 10월30일 기준 2936건을 기록하고 있다. 남은 신고 기한을 감안하더라도 8월 대비 3000건 이상의 거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낮아지고 있다. KB부동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전월 대비 증감률을 보면, 2024년 10월 0.5%로 전월 0.87% 대비 0.37%포인트 낮아졌다. 월별로 보면 큰 폭의 하향세다.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이유는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는 다시 증가할 수 있을까? 주택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정책대출이다. 주택시장에 정책대출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수요는 다시 증가할 것이고,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이 다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부는 2025년에도 55조원에 달하는 주택 정책대출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대출은 낮은 금리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정책대출이 늘어나면 주택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대출이 늘어나면 주택 수요가 증가해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을까?
"정책대출 늘어나도 집값 변동 폭 크지 않아"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정책대출 현황을 살펴보고, 그동안 정책대출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월별로 정책(디딤돌, 버팀목)대출과 일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변화를 알 수 있다. 정책대출은 월별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변화가 크게 일어난다. '정책대출과 은행 주택담보대출 현황' 그래프에 볼 수 있듯, 정책대출의 월별 규모는 3조원 후반에서 4조원 초반을 일정하게 오가는 반면, 은행권은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 지속되면 고가 아파트 수요 크게 감소할 것"
대출과 매매가격 지수를 비교해 보면 변동이 크지 않았던 정책대출보다 일반 대출이 주택 가격 변화와 더욱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증감률은 비슷한 그래프 곡선을 그린다. 일례로 은행권 대출 규모가 6조4000억원으로 치솟은 올해 8월의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9% 올랐다. 반대로 은행권 대출 규모가 2조원대로 줄어들었던 지난 3월에는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지수가 0.1% 하락했다.
정책대출이 이루어지면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상황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정책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수요를 유지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변동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커야 한다. 기본적인 조건이다.
정부는 주택 관련 정책대출을 유지할 계획이다. 주목할 것은 정책대출이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미치는 영향이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합계는 63조1000억원이었다. 그중에서 정책대출은 41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에서 63%를 차지했다. 정책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정책대출 정책은 유지하고 가계대출 규제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까? 일반 주택담보대출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향후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대출 정책을 유지한다면, 일반 대출이 줄어들고 정책대출이 불가능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의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서 보듯, 2012년과 2013년 정책대출 규모는 증가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정책대출이 주택 가격을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믿음의 강도와 이후 이루어지는 현실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향후 정책대출의 유지와 가계대출 규제가 같이 만들어내는 주택 수요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