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문봄 시인 "불혹이 넘은 어느 날 동시가 저를 불렀어요"(1편)
첫 동시집으로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기쁨
"제가 쓴 동시가 어린이 가슴에 오래 남길"
[남·별·이]문봄 시인 "불혹이 넘은 어느 날 동시가 저를 불렀어요"(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문학동네에서 전해져오는 묵은 격언이 있습니다.
'10년은 써야 작가가 된다'는 말.
광주광역시 출신 아동문학가 문봄 시인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와 눈을 마주한 지 10년 만에 올해 10월 꽤 큰 상을 받은 것입니다.
문봄 시인은 첫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로 2024년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창작지원금 1,000만 원과 상패를 받았습니다.
김태호 심사위원장은 심사 총평에서 "문봄 작가는 비존재로 여겨지던 사물, 기계 등 인위적 산물에 존재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과 인간의 접속을 통해 포노 사피엔스 어린이의 삶을 표현했다"며 "심사위원 다수가 이 동시집이 동시 문단을 한 걸음 내딛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극적인 순간에 찾아온 수상 소식
그만큼 이번 수상이 극적인 순간에 찾아왔고,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이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문 시인은 대학에서 독일어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독일어가 재미있었고, 1990년 독일이 통일되자 독일어 열풍이 불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2외국어가 필수교과에서 선택교과가 되고 교사 정원이 나오지 않아 임용고시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졸업 후 기간제 교사와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돼 프리랜서로 일했습니다.
불혹이 넘어 시에 빠졌습니다.
좋은 시를 만나면 울다 웃다 범벅이 되는데, 난해한 현대시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시를 읽다 보니 불현듯 동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처음으로 참가한 백일장에서 대상
'브랜드 커피 한 잔 값이면 두 달에 한 번 좋은 동시 잡지 한 권을 집에 앉아 받아볼 수 있다'는 문구에 꽂혀 구독 신청을 했습니다.
그해 가을 처음으로 참가한 광주시민백일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라는 동시로 일반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때 윤삼현 심사위원으로부터 광주문예대학(문순태 소설가가 세운 '생오지 문예창작촌'이 2015년에 광주로 옮김) 글쓰기종합반을 소개받아 문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봄 학기에는 아동문학창작론을, 가을 학기에는 수필과 시조였습니다.
이듬해 시 쓰기 반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동시마중>을 구독하다 <어린이와 문학>이라는 잡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2019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
하지만 쓰기보다 읽기 내공을 쌓는 기간이 필요했던지, 그 뒤로는 더 이상 추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동시집 백 권을 사서 읽으라고 권하길래, 투덜거리며 백 권을 읽었지만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그 뒤로 2백 권을 넘어 3백 권을 읽으며 기초를 다졌습니다.
마침내 2019년 <어린이와 문학>에서 등단 패를 받았습니다.
결국 2017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2019년에 정식 등단한 것입니다.
2020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도 올랐습니다.
신문 지면에서 만난 이름이 신기했습니다.
이듬해 기대에 부풀어 응모한 신춘문예에는 아쉽게도 낙방했습니다.
◇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받아
해마다 9월이면 응모하고 11월에 결과가 나오는데 그동안 대여섯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은 응모 자격은 '첫 동시집을 내지 않은 신인'이어야 합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아서 2023년 2월까지 내야 했기에, 책 내기 전해인 2022년이 마지막 응모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염원을 모아 응모한 덕분인지 '초록달' 외 4편으로 당선됐습니다.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시상식에서 문 시인은 "마이너로서 동시에 빠져서 쓰고 있지만, 언젠가 메이저의 자리에서 동시를 쓰며 좋아할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도록 재밌고 알찬 동시, K동시를 써보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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