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대법 심리 본격화…재산분할 핵심 쟁점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이 걸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이 본격 진행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재산 분할대상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은 SK㈜ 지분 취득 과정의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노 관장 측 재산형성 기여의 근거인 300억원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를 두고 상고심에서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1부, 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사건을 계속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대법원은 본격적인 심리를 거쳐 추후 정식 선고 기일에 판결을 내리게 된다.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분할대상인지가 상고심의 최대 쟁점이다. SK㈜ 지분은 최 회장 재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고 있으며, SK그룹 경영권과 직결돼있다. 1심과 2심은 이에 대한 판단이 크게 엇갈렸다. △SK㈜ 지분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1심의 665억원과 △부부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을 결정한 2심은 1조3808억원으로 약 20배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SK㈜ 지분 취득 과정의 입증 책임은 어느쪽에 있는지를 두고 양측은 다툴 것으로 보인다. SK㈜ 지분이 '누구의 것'인지는 1, 2심 재산분할 결과를 약 20배 차이나게 만든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SK㈜ 지분의 출발점이 되는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를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한 반면, 2심은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분할대상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측은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걸 입증할 책임은 노 관장에게 있지만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해 이 증명 책임을 오히려 최 회장에게 넘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증여받은 사실을 여러 증거를 통해 입증했음에도 2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재판부가 원고 측이 제출한 입출금 내역, 주식 취득 서류 등을 원고 개인에 대한 신빙성을 이유로 배척하고 심지어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 내역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반면 노 관장측은 주식 인수자금 2억8000만원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는데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 최 회장측 판단이다.
아울러 노 관장측 재산형성의 '유형적 기여'를 인정한 핵심 근거인 300억원의 실체도 양측이 맞붙는 지점이다. 노 관장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유입됐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50억원짜리 6장 300억원 약속어음과 자필 메모 2장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2심은 300억원이 SK그룹의 태평양증권 인수에 사용되는 등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구체적으로 300억원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전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고 약속어음 발행 경위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자금 압박에 교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측은 300억원이 실제 유입됐다해도 불법으로 조성한 300억원을 통해 재산분할을 받는게 사회정의와 법리에 맞는지 따져볼 문제로 보고있다.
최 회장의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걸 전제하더라도 법리 다툼의 여지는 남는다는게 재계와 법조계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나눠야 할 재산의 모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과거 친족, 재단 등에 증여한 SK주식 지분까지 분할 대상에 모두 포함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주식 증여 행위는 법원이 인정한 혼인 파탄시점인 2019년 12월 4일보다 앞서 일어난 일이고,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애초에 분할대상 재산으로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심 재판부가 보유 재산 가액 산정 시점을 변론종결일이 아닌 각 주식 증여일의 시장가를 기준으로 삼아 과다 산정한 점도 '보유추정 법리'에 어긋난다는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법원이 결정한 재산분할 비율인 65 대 35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남았다. 이와 관련, 최 회장 측은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SK㈜의 전신인 1998년 당시 SK C&C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경정함으로써 재산분할 비율을 포함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분할대상 재산의 절반이 넘는 SK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산정 오류로 판결 결론에 영향을 미친 건 그 자체로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2심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한 최 회장 측 재항고 사건도 심리 중이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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