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게 죄는 아니잖아"…겸손한 박지환의 '강매강'[EN:터뷰]
"마성의 매력 연기, 되게 어색했어요"
"감독님이 '진짜 선배님들 이것밖에 안되냐'고…" 웃음
"제 연기 과대평가…오만해지기 좋은 시기" 겸손
맡은 역은 분명 강력반 형사였다. 그것도 전직 복싱 국가대표 출신이다.
화려한 주먹 액션도 펼쳤지만, 분장이 압권이었다. 노숙인부터 휠체어 탄 노인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강매강'에서 무중력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박지환은 "촬영할수록 (분장이) 아주 점점 더 심해진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나중에 무슨 분장을 할 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들이 처음에 분장했을 때 어색함을 즐겼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들도 분장을 받아들이며 즐겼다"면서 배우 박세완과 노숙자 분장을 한 뒷얘기를 꺼냈다.
"처음에 세완이가 평범하게 분장하고 왔어요. 그러다 '안 돼' 이러더니 다시 분장하고 왔는데 꿈에서나 할 법한 분장을 해버렸더라고요. 또 틀니를 꺼내 자기가 하겠다고 하니까 제가 '넌 진짜 진짜 훌륭한 배우야'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분장한 모습이 카톡방에 올라오면 다들 '진짜 이렇게까지 하냐'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마성의 매력 연기, 되게 어색했어요"
디즈니+ '강매강'은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을 줄인 말이다. 검거 실적 꼴찌라는 꼬리표를 단 송원경찰서 강력 2반이 좌충우돌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박지환이 연기한 무중력은 페로몬을 발산하는 이른바 '마성의 매력'을 가진 형사다.
그는 무중력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성의 매력이 없는데 그런 지점을 표현하려고 하니까 많이 웃었죠. 화면에 CG를 입힌다는 얘기는 들어 혼자 막 쿨한 연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되게 어색했어요."
이 때문에 동료 배우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전했다. 서로 대본을 바꿔 읽어보는 등 회의를 자주 했단다.
그는 "(코미디 장르 특성상) 웃기려고 하면 잔재주인 것 같더라"며 "코미디가 섬세하지 못하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신이 넘어가는데, 자기들끼리만 재밌고 보는 사람은 진짜 재미 없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그 부분을 서로 잘 지켜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다행히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동료들도 바로 수긍하더라. 그만큼 훌륭하고 멋진 동료들과 함께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감독님이 '진짜 선배님들 이것밖에 안 되냐'고…" 웃음
박지환은 현장에서 촬영하고 난 뒤에 따로 모니터링하지 않는다. 대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연기를 즐긴다고 밝혔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도 제가 한 걸 보지 못하지 않나"라며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거기에서 오는 미덕을 훨씬 더 좋아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번은 제가 자주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다"며 "연기가 잘 깎여 있지만, 매력 없는 느낌이더라. 잘생긴 얼굴이면 빛을 받고 각을 틀어서 멋지게 나오게 할 건데 제가 그렇지는 않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걸어갔는데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햇살이 순간 비치듯이 의도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걸 더 추구한다"며 "진짜 안 좋으면 감독님이 다시 하자고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첫 작품을 연출한 안종연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히려 감독님이 준비를 진짜 많이 해와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며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이뤄지는 상황을 잘 지켜보시고 늘어지지 않게 조절을 빨리해 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강단도 있으셔서 한 번은 '진짜 선배님들 이것밖에 안 됩니까' 이러고 가시더라"며 "답답할 때 큰 줄기 하나 던져주면서 제안도 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제 연기 과대평가…오만해지기 좋은 시기" 겸손
박지환은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연기가 과대평가 됐다고 봤다.
그는 "박지환이라는 배우 자체가 잘하지 못하는 걸 저는 잘 안다. (하지만 주변에서) '코미디 절정'이라거나 '대세'라거나 '잘한다'고만 하고 어디 가서 대접해 준다고만 한다"며 "오만해지기 딱 좋은 시기이고 건방져지기 딱 좋은 시기"라고 경계했다.
이어 "바람만 불어도 영감이 떠올랐는데 요즘에는 화산에 뛰어들어도 영감이 안 느껴지는 아주 이상한 시기"라며 "진짜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인데 정체된 것인지 현재 상황을 잘 모르겠다"며 "화려한 곳 보다도 (많은) 선배님들이 갔던 느낌 있는 조경된 마당으로 걸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환이 처음 연기를 시작한 건 스무 살 때다. 대학생 때 꿈을 쫓기 시작한 그는 산에 오른 뒤 사람을 알고 싶어서 연극을 시작했다. 지금의 박지환은 어떨까.
"지금 제게 있어 연기는 놀이죠.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하는 것처럼요. 누가 재미있게 진지하게 울면서 잘 노는지, 인생의 놀이를 바라보는 개념이에요"
이 때문에 늘 체력을 관리한다고 한다.
그는 "그 사람이 가진 오래 쌓아온 실력보다 그 시간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없는 실력도 나온다. 그 맛을 알기 때문에 항상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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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림 기자 yoong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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