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냐 ‘스톱’이냐…격동의 시간 맞은 부동산 시장

조문희 기자 2024. 11.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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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입주장’은 없었다…화제의 ‘올파포’
전문가 6인의 전망은…“당분간 관망, 내년 3월이 기점”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격동(激動).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는 모양. 부동산 시장에서는 11월을 '격동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가격을 떨어뜨리는 대규모 공급 요인과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수요 요인이 맞물리는 시기여서다. 업계에서는 어떤 요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향후 부동산 가격 흐름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에는 '물량 폭탄'이라고 할 만한 대규모 단지 입주가 시작된다. 무려 1만2784가구가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얘기다.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 역사상 1만여 가구가 넘는 입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지금껏 대규모 신축 단지가 들어서면 해당 단지는 물론 주변 시세까지 휘청거리는 게 전례였다. 시장에서 이 단지의 입주장 성적을 주목하는 이유다.

동시에 11월은 기준금리 향방도 결정되는 시기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됐다. 양국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11월에 추가 인하할 것이란 견해는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금리 인하기'에 놓여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낮아진 금리는 자금 여력을 높여 수요를 키우기 마련이다.

금리 인하라는 가격 상방 요인과, 대규모 입주 물량 폭탄이라는 하방 요인이 맞물린 11월, 시장은 어느 편에 서게 될까. 전망은 정확히 둘로 갈린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대규모 입주장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과, 생각보다 입주장 효과가 크지 않아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입주를 앞둔 10월30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1.2만 가구 '역대급' 입주에 숨죽이는 시장

'입주장의 공식'은 명확하다. 전제는 신축 단지를 분양받았으나 실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매물로 내놓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개인 사정이나 자금 여력 부족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사례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가격 경쟁이 붙어 해당 단지 전세가가 크게 낮아진다. 주변 구축의 전세 수요까지 끌어당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신축 단지는 주변 전세가까지 낮추는 게 관례다. 전세가 하락 폭이 크면 매매가까지 하방 압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입주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월6일 기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세 매물은 2966건이다. 9월말 대비 500여 건 늘어나긴 했지만, 호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동과 층에 따라, 전용면적 84㎡ 기준 최소 7억원에서 최대 13억원을 오간다. 평균 호가는 9억~10억원 선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뿐만 아니라 강동구 일대 구축의 전세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신축 고갈 현상을 짚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는 실거주 의무가 있어 전세를 내놓기보다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사례가 더 많고 서울 전역에 신축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500여 가구로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과거 '입주장 효과'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2018년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 당시 물량이 4만4000가구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에서 전세 가격 조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동구는 도심권보다는 주거지 역할을 했던 지역이라 애초에 투자보다 실거주 측면으로 접근하는 수요가 많았던 곳"이라며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실거주 의무도 3년만 유예된 것이기 때문에 임대차 물량보다는 실거주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국지적으로는 강동구 일대 전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서울 전체의 전세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계열을 11월로 한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 시기는 11월27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다. 잔금 처리를 최대한 뒤로 미룬 집주인들이 내년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입주장 효과는 실제 입주 후 3개월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영향력을 평가하긴 이르다"며 "내년 3월 이후 본격적인 입주장 효과가 일어나 전세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당연히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vs 대출 규제, 어느 영향이 더 클까

기준금리와 대출 규제라는 거시적 요인의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기준금리의 경우, 이달에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초입인지 여부가 결정된다. 최근 3분기 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가계부채와 환율 부담으로 현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미국이 이달에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한은으로선 부담을 덜게 된다.

만약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면 대출금리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권은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에 금리를 높여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떨어졌는데 대출금리를 올리면 은행권으로선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에, 적어도 금리를 더 높일 순 없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자금 여력이 좋아진 수요자들이 몰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신축 위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당국의 규제로 인해 대출금리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는 상황이고, 이 심리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면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을 부추길 것을 우려해, 당국은 대출 규제 기조를 내년까지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내년 7월부터는 대출 한도를 더 축소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이 예정돼 있다. 또 당국은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의 한도를 지역별로 차등화하기로 한 데 이어,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대출 규제에 대한 시장의 적응력은 별개다. 시장이 분위기를 학습한다면 대출 규제 효과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수요가 눌려 있을 수 있다"면서도 "추세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경제위기 등 대형 거시적 이벤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 규제에 따른 분산 효과가 전월세 가격 상승이나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를 하는 동안에는 거래 건수가 급감하는 등 효과가 지속될 수 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원래 패턴대로 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대출 규제로 거래 건수가 급감해도 가격은 폭등한 전례가 있지 않나. 이를 깰 만한 빅 이벤트도 없기 때문에 결국엔 점진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부터는 분위기 달라질 것"

결국 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언제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느냐다. 그 시점으로는 공통된 시기가 제시됐다. 내년 3~4월, 2분기부터다. 다만 그 이후 집값이 상승할지, 보합일지, 하락할지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랐다.

송승현 대표는 "대출 규제의 영향력이 상쇄되는 시점은 금리가 추가 인하되는 시점,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내년 1분기 이후 2분기, 3~4월 이사철 이후일 것"이라며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시장이 대출 규제에 어느 정도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도 "연초가 되면 은행권도 대출 총량 규제에서 벗어나는 계절적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출 규제로 억눌린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는 보통 한두 달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광수 대표는 "한국 집값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대출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구조인 데다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요가 감소하면서 빠르면 12월, 내년 3월부터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랩장은 "금리나 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력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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