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과학] 오래된 책 냄새의 정체

이창욱 기자 2024. 11. 9.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글날 다음인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 도서관에서 맡는 책 냄새는 착각이 아니다.

조향사들이 책 냄새를 주제로 한 향수를 만들 정도다.

어쩌면 도서관의 묵은 책에서 나는 냄새는 좋은 글이 익어가는 향기일지도 모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글날 다음인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읽길 미뤄뒀던 그의 책을 찾으러 얼른 도서관에 달려갔다.

책꽂이에는 종이가 누래진 오래된 책부터 빳빳한 새 책까지 가지런히 꽂혀 있다. 이들이 섞여 특유의 책 냄새를 만든다. 

습기 가득한 숲속 같기도 하고 갓 구운 쿠키 같기도 한 냄새.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 도서관에서 맡는 책 냄새는 착각이 아니다. 조향사들이 책 냄새를 주제로 한 향수를 만들 정도다.

책 냄새는 종이는 물론 잉크, 접착제까지 다양한 화학 물질이 합쳐져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물질들이 분해되며 다양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방출한다. 이 물질들이 책 냄새를 만든다.

푸르푸랄- 4개의 탄소와 1개의 산소로 이루어진 퓨란 고리에 알데하이드기가 붙어있는 구조다. Ben Mills(W) 제공

거의 모든 냄새가 그렇지만 한 물질이 단독으로 냄새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 냄새를 만드는 몇 가지 중요한 화학물질만 살펴보자. 종이를 이루는 주요 물질인 셀룰로오스가 분해되면 아몬드 향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푸르푸랄’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종이 구성 물질인 리그닌은 분해되면 종이를 노랗게 만드는 물질이다. 리그닌은 분해되면서 ‘바닐린’을 방출한다. 이름이 암시하듯 달콤한 바닐라 향을 낸다. 종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삭아간다. 결국은 분해될 운명이다. 

종이에 담긴 내용은 그렇지 않다. 어떤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새로워지고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 한국 현대사의 폭력을 정면으로 바라본 한강의 작품이 그렇다. 어쩌면 도서관의 묵은 책에서 나는 냄새는 좋은 글이 익어가는 향기일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11월호, [킁킁과학]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