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성공적 첫 발에 한숨 돌린 ‘이혼 이슈’…SK, AI·반도체 집중 이어간다 [비즈360]
SK그룹 지배구조 불안 이슈 한 풀 꺾일 듯
“그룹 성장사 곡해한 판결, 명예 회복되길”
SK는 리밸런싱, 운영 개선 노력 이어갈 듯
AI·반도체 경쟁력 강화 목표로 역량 집중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를 속행하기로 하면서 조 단위의 재산분할액 책정에 따른 SK그룹의 지배구조 불안 이슈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 회장의 이혼 소송과 별개로 연초부터 진행해 온 고강도의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이어가며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2심 판결을 확정하지 않고 상고심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은 향후 본격적인 심리를 거쳐 판결하게 된다. 통상 가사 사건의 경우 기각 비율이 약 9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원에 이르는 데다 6공화국 비자금 문제 등 판결에 따른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해 상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심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 재산’으로 볼 것인지 아닌 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SK 내부에서는 이번 심리 속행 결정으로 걱정을 한시름 놓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이혼 소송이 최 회장의 개인사라지만 2심 판결의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일부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고 이는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편이라 SK 주식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할 경우 지배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상고심 심리 진행과 관련해 SK측은 “남은 법 절차를 통해 SK그룹의 성장사를 곡해한 원심 판결로 인해 상처 받은 회사와 구성원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에 공이 넘어간 만큼 SK는 최 회장의 소송 결과와 관련한 우려를 일단 내려놓고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SK AI 서밋 2024’ 행사를 통해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AI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가 올해 대규모 글로벌 행사로 격상해 개최한 SK AI 서밋은 AI 분야의 정부, 민간, 학계 전문가가 모여 AI 생태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국내에서 열린 AI 심포지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겸 사장 등 주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CEO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하며 SK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AI 혁신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와 힘을 합쳐 AI 인프라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최 회장은 연초부터 핵심 경영 화두로 AI를 점찍고 AI 밸류체인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SK는 6월 말 경영전략회의를 분수령으로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를 중심의 사업 전략을 AI·반도체로 전환했고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전반의 AI 성장전략 추진·점검과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 등에 힘써왔다.
최 회장은 그간의 경영 성과를 점검하는 CEO세미나에서도 AI를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운영 개선(O/I)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가 올해 초부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그룹의 순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70조원대로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 수도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SK는 앞으로도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을 이어가며 제조·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하는 ‘운영 개선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의 수출 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도 적극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CEO세미나에서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지속적인 후속 과제 실행을 주문했다.
SK는 다음달 초 정기인사를 앞두고 계열사별 임원인사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가 전방위적인 ‘군살빼기’를 진행 중인 만큼 인적 쇄신 폭이 예년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기 임원인사를 실시한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2.7%, SK지오센트릭은 21명에서 18명으로 14.3% 줄었다.
다만 이미 지난해 말 부회장단을 전면 교체한 데다 지난 5월과 6월, 10월 수시인사를 통해 일부 계열사 사장을 교체한 만큼 사장단 차원에서는 인사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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