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김희영에 1000억 썼다” 노소영 변호인, 검찰 송치…법조계 “매우 이례적”
‘최태원 SK 회장이 동거인에게 쓴 돈이 1000억원 넘는다’고 주장한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가사소송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를 받아왔다.
이 변호사는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향후 최 회장-노 관장 관련 상고심 등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노 관장이 제기한 위자료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관련 문서를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변호사 윤리를 넘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이 변호사를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 이사장에게 1000억 원이라는 돈이 흘러 들어갔고, 이를 확인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고소의 핵심 요지다.
이 외에도 가사재판의 비공개 원칙을 어기고 사건 내용을 외부에 유포한 점,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확보한 금융거래 정보를 다른 소송에 증거로 제출한 점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달라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최 회장에게 ‘최악의 결과’를 선고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지원 금액을 219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자녀교육비, 최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경조사비,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김 이사장에게 건너간 돈은 매우 미미하다. 이 변호사의 1000억 주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호사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이 변호사가 허위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확산시켰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노소영 여론전의 총대를 멨다’고 분석한다.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 중에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여론을 만들고, 소송에 유리한 측면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변호사와 노 관장은 ‘특수 관계’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같은 집안’ 사람이다 보니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펼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 전 장관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이다. 노 대통령 집권기 ‘6공 황태자’로 불렸다.
이 변호사는 몇 년 전,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 대한 ‘악플 부대’를 조직해 허위사실을 퍼뜨린 사건과도 연결된다. 이 변호사는 당시 댓글을 지휘한 김흥남 미래회 전 회장을 변호했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 남부지법, 서울 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2008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2020년에는 법무법인 평안에 들어가 노 관장의 크고 작은 소송을 전담했다. 현재는 개인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변호사가 언론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가 된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가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게 되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환수위는 이날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을 비롯한 노태우 일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최근 노태우 일가가 벌이고 있는 노태우 위인 만들기 사업과 관련해 여기에 동원되고 있는 막대한 자금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가 최근 신문광고를 통해 노태우 위인전기 만화책을 홍보하고 노 전 대통령을 위인으로 포장했다며 “해당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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