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베이비' 비롯 충성심으로 뭉친 트럼프 2기 행정부…핵심 인물은?[트럼프 스톰⑦]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꾸려질 2기 행정부의 키워드는 ‘충성심’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부시 등 과거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 100여 명이 트럼프 경쟁 상대인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등을 돌렸던 만큼 충성파를 중심으로 행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당선됐고 공화당이 국회 상원과 하원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2기’의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시절이었던 2018년에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53석을 얻어 민주당(45석)에 앞섰지만 하원에선 199석에 그쳐 민주당(235석)에 주도권을 내줬다. 이에 따라 당선 직후 100일 동안 입법 공약 10개 중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1개만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대신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에 속도를 내 100일 동안 32건에 폭풍 서명했다.
입법과 사법, 행정이 모두 보수 우위인 트럼프 2기에서는 선거 기간 강조해 왔던 관세 폭탄, 국경 강화, 대규모 감세 등 파격적인 공약을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과 각국 전문가들은 파괴적인 힘을 가질 트럼프 2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각 구성에 주목한다.
“트위터 인수 안 하면 어떻게 트럼프 당선시키나”
일론 머스크의 큰 그림
“트럼프에 전부를 건 머스크의 도박이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최대 수혜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대선 다음 날 새벽 진행한 ‘승리 연설’에서도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표했다. 트럼프가 이 자리에서 표명한 인물들은 가족,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장,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그의 아내, 자신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2명, 머스크였다.
다음 날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대비 15% 폭등했다. 머스크의 자산은 하루 만에 28조원 늘었다. 트럼프 차기 내각에서도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당선 시 재정 개혁을 담당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고 머스크 CEO에게 수장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돈과 시간을 모두 투자했다. 글로벌 3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를 소유하고 있는 머스크는 이를 활용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애초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트럼프 2기를 위한 큰 그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터 아이작이 쓴 머스크의 공식 전기 ‘일론 머스크’에는 이 같은 일화가 공개됐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왜 사려고 하냐”는 아들들의 물음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2024년에 트럼프를 당선시킬 수 있냐”고 반문했다. 농담처럼 쓰였지만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후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시키고 콘텐츠 검열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해고했다. 자신의 계정도 트럼프의 홍보채널처럼 이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의 엑스 계정에 게시된 글은 6월 한 달 504건에 그쳤으나 선거가 임박한 10월에는 3000건 이상이었다. 게시글 내용도 대부분 트럼프 공개 지지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비방, 선거 관련 음모론이었다.
세계 최고 부자답게 빵빵한 후원도 곁들였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을 위한 슈퍼팩(정치자금 모금단체) ‘아메리카 팩’을 직접 운영하고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선거자금으로 총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머스크 역시 막대한 사업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자신이 정부효율성위원회를 이끌게 될 경우 인공지능(AI), 우주탐사, 전기차 등에 대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했었다. 그가 이끄는 xAI, 스페이스X, 테슬라 등 주요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쏟아내고 경쟁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트럼프가 7번 외친 '수지'는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선거캠페인을 지휘했던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이 발탁됐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백악관 비서실장직에 여성이 내정된 건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와일스는 이번 선거의 전략을 짠 ‘브레인’이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캠프부터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까지 경험한 베테랑으로 지난 2018년 디샌티스가 플로리다 주지사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수지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 중 하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캠페인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다음날 새벽 승리 연설에서 '수지'를 7번 외쳤다.
수지 와일스를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에는 ‘MAGA’ 추종자들이 배치될 전망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트럼프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했다.
켈리 전 실장은 대선 캠페인 막바지였던 지난 10월 “트럼프는 확실히 극우 성향으로 권위주의자와 독재자를 동경한다”며 “그는 확실히 파시스트의 일반적인 정의에 속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2기 행정부는 견제 대신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트럼프의 정책 추진에 동력이 될 전망이다.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이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고 선거 전략가이자 여론조사관인 토니 파브리지오, 법률 고문인 보리스 엡슈타인, 언론 담당인 제이슨 밀러, 댄 스카비노 전 소셜미디어 국장 등이 백악관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스카비노 국장은 16살 때부터 트럼프의 골프캐디로 일하며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신뢰를 얻었고 캠프에서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를 책임진다.
경선 국면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입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각 후보에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충성파들이 포진해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는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거론된다. 그레넬 전 대사는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용론을 지지한 인물로 재임 당시 독일의 나토 방위비 분담과 러시아와의 에너지 관계에 대해 강경한 비판을 가했다. 동맹의 방위비 분담, 대중국 강경책을 지지하는 만큼 한국에도 방위비 부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장관에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거론된다.
재무장관 후보는 1기 행정부에서 대중 무역 압박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헤지펀드 억만장자 존 폴슨,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가 거론된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분리)과 무역적자 감축을 트럼프 2기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트럼프의 골프 친구로 알려진 제이 클레이턴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역시 재무장관 후보다.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하마평에 올랐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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