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취' 경수진 "저 만나보니 제 성격 느껴지시죠?"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하고 있지만 배우 경수진(37)은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집·명품·자식 자랑하는 스타들과 달리 경수진은 배낚시·잡초제거·막걸리 제조 등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아지트 리모델링을 위해 망치를 들고 고군분투하는 경수진의 모습에 팬들은 '장군'이란 칭호까지 달아줬다. "경 장군 박력터진다"
지난 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경수진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강단 있는 목소리와 시원시원한 웃음, 솔직한 입담까지 유튜브 속 모습 그대로였다.
"제 유튜브에 '경수진 털털한 성격 진심일까? 연기일까?'라는 댓글이 있더라구요. 이걸 연기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기자님 저 실제로 만나 보니까 제 성격 느껴지시죠.(웃음)"
내숭이라곤 1도 없어 보이는 경수진은 "요즘 유튜브 보시는 분들이 '날 것'을 굉장히 좋아하세요"라며 유튜브 트렌드를 짚는다.
"저는 유튜브 시작할 때 어떤 배우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기보다 정말 내 모습을 잘 담아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가식 없이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죠."
유튜브 채널명 때문에 오해는 말자. '만취 경수진'은 연예인 불러 놓고 술 마시고 떠드는 콘텐츠가 아니다. '만'개의 '취'미를 찾고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전하는 경수진표 힐링 유튜브 채널이다.
"요즘 유튜브에 너무 자극적인 영상이 많잖아요. 제 유튜브는 그렇게 도파민이 막 엄청 나오는 영상은 아니에요. 마치 다큐 같은 느낌인 거죠. 보시면서 좀 힐링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취 경수진'은 언뜻 보면 좀 심심해 보인다. 조회수를 높이려면 다른 연예인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도 선보이는 게 필요하지 않냐했더니 "조회수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억지로 콘텐츠 조회수 때문에 뭔가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렇게 되면 유튜브 채널의 뼈대가 흔들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제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그런 게 자연스럽게 담기면 조회수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항상 '조회수가 먼저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채널 구독자 3만명을 보유한 '4개월차 새내기' 경수진에게 "유튜브 하는 게 힘들진 않냐"고 물었더니 "일이 아닌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힐링이 돼요"라며 신난 표정을 짓는다. "저는 활동적인 거를 좋아하거든요. 앞으로 유튜브에서 볼링도 해보고 싶고 사격이나 레이싱도 해보고 싶어요."
과거 막걸리 CF를 찍었을 정도로 애주가로 소문난 경수진은 요즘 드라마 촬영 때문에 술은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술을 참 좋아하는데요. 작품도 하고 배우로서의 모습도 보여드려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또 관리하고 있습니다. 술을 잘 못 마시고 있죠."
그녀에게 조심스레 결혼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직까지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결혼 계획은 없습니다. 2~3년 안에 가고 싶긴 한데 그게 뭐 마음대로 되냐고요.(웃음) 그래도 45살 전엔 결혼하고 싶어요."
데뷔 13년차 경수진은 여전히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배우라는 직업은 저는 개인적으로 죽을 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인생에서 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커요. 좋은 배역을 맡아서 그 배역이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고 그런 부분들이 저의 가장 큰 꿈이지 않을까 싶어요."
경수진은 존경하는 배우로 김희애와 이성민을 꼽았다. 김희애와 JTBC 드라마 '밀회'(2014)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성민과는 디즈니+시리즈 '형사록 시즌1·2'(2022·2023)에서 합을 맞췄다.
"저희 회사(YG엔터테인먼트)에 계신 김희애 선배님은 너무 멋지시고 자기 관리를 너무 잘하세요. 이성민 선배님도 너무 멋있으세요. 나이가 먹을수록 배우들은 더 이렇게 매력 있어 보이거든요. 또 그 배역에 있어서 뭔가 세월이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그 깊이가 느껴져서 멋있죠."
경수진은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며 배우로서의 소신도 내비쳤다.
"제가 살면서 느낀 거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쉽지 만은 않더라고요. 어떤 안 좋은 상황들도 굉장히 많이 오고요. 근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건 긍정적인 생각밖에 없고 또 그런 것들이 제 연기에 투영 된다고 저는 늘 생각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개인적으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의 전지현 선배님이 맡았던 역할 진짜 너무 해보고 싶어요."
'엽기적인 그녀' 후속작 '엽기적인 그녀2'(2016)는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 참패했다. 훗날 '엽기적인 그녀3'가 제작돼 경수진이 주인공 역을 맡으면 어떨까. 이 털털한 여배우는 왠지 잘 해낼 거란 생각이 든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36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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