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전용라인 구축하는 에쓰오일···정유업계도 정유 불황 속 활로 찾는다 [헤비톡]

심기문 기자 2024. 1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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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에 바이오원료 저장탱크‧전용배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 뒤 상업 생산
유가 급락에 정유사 3분기 2조원 손실 보자
SAF‧액침냉각유 등 미래 먹거리 확보 나서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 전경. 사진 제공=에쓰오일
[서울경제]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했던 에쓰오일(S-Oil(010950))이 더 나아가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주요 국가에서 기존 항공유에 SAF를 일정 비중 이상 의무 혼합하기로 하는 등 시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안정적인 공급 설비를 구축하면서 커지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에쓰오일, 내년 상반기까지 SAF 전용 설비 구축

9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원료 저장 탱크와 전용 배관을 울산공장에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쓰오일은 내년 상반기까지 설비 구축을 마친 뒤 SAF를 양산할 예정이다. 코프로세싱은 기존 정유 설비에 바이오원료를 함께 투입해 다른 석유 제품과 함께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SAF는 석유‧석탄 같은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생활폐기물 등 대체 연료로 생산해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다른 항공유 대비 40~80% 수준인 친환경 항공유다. 유럽연합(EU)‧일본‧한국 등 주요 국가는 일정 수준 이상의 SAF를 혼합해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에쓰오일이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나선 것은 SAF 시장이 커지는 것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설비 구축을 마치면 에쓰오일은 원하는 시기에 공정에 바이오원료를 투입해 SAF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적시에 SAF를 국내외 항공사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SAF 수요는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5만 톤으로 약 70배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027년 3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내년부터 유럽연합(EU)을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를 2%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 된 상태다. 한국 역시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1% 내외의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의무 혼합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국내 정유사가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은 SK에너지 이후 두 번째다. 올해 9월 SK에너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오원료 저장 탱크에 5㎞ 길이의 전용 배관을 설치했다. 에쓰오일처럼 원하는 시기에 바이오원료를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해 SAF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SAF를 상업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정유 업계는 SA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프로세싱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한 에쓰오일과 SK에너지뿐 아니라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일본에 SAF를 공급하면서 공급처를 넓혔다. GS칼텍스 역시 도쿄 나리타 공항에 SAF를 공급하는 등 채비에 나섰다.

국내 정유 업계는 SAF 생산에 쓰이는 바이오원료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1월 바이오원료 공급 기업인 DS단석(017860)에게 바이오원료 초도물량을 공급 받은 데 이어 9월에도 바이오원료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 역시 DS단석으로부터 바이오원료를 공급 받아 SAF를 생산하고 있다.

3개월 만에 ‘2조’ 적자 본 정유업계···미래 먹거리로 활로

정유업계가 앞다퉈 바이오항공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기존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시황에 따라 크게 휘청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올해 3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부문에서만 1조 953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4개 회사가 2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사 중에서는 가장 큰 616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에쓰오일(5737억 원), GS칼텍스(5002억 원) 역시 5000억 원 넘는 적자 폭을 나타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 부문 적자 역시 26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 규모가 커졌고 석유 제품 수요마저 줄어들면서 정제마진이 급감하자 정유사들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등 시황의 변동에 따라 실적 등락이 거듭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SAF뿐 아니라 윤활유 등 고부가 제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분기 정유 4사의 윤활유 부문은 정유 부문이 2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총 4919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윤활유는 시황과 큰 상관없이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데다 유가 하락으로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유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윤활유 업계의 시장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 전기차용 시장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액침냉각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액침냉각유 실증을 마친 SK이노베이션은 본격 상용화에 돌입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자체 개발 액침냉각유 제품을 공개했고 에쓰오일도 자체 제품을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상표를 출원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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