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민주당에 등돌리게 한 ‘PC주의’…그 싹은 디즈니

안진용 기자 2024. 11. 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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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배경에는 지나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미국적인 콘텐츠라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100년 아성을 뒤흔든 맹목적 PC주의에 지친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 시민과 겹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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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계 배우 핼리 베일리를 섭외한 실사 영화 ‘인어공주’(왼쪽 사진)가 원작(오른쪽) 속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배경에는 지나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미국적인 콘텐츠라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100년 아성을 뒤흔든 맹목적 PC주의에 지친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 시민과 겹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월트디즈니는 ‘PC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실적 악화를 거듭했다. 작품 안에 유색인종과 소수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그들에게 주요 역할을 맡겼다. 그 결과 ‘흑인 인어공주’나 ‘라틴계 백설공주’ 등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는 원작의 설정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에 ‘원작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PC주의를 위한 PC주의’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할리우드 분석 매체 발리언트레니게이드에 따르면 그 결과, 디즈니가 지난해 창사 100주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음에도 최근 발표한 8개 작품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다. 그로 인한 손실만 약 9억 달러(1조2000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디즈니 콘텐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를 찾는 발길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 시대를 일궈온 기성세대의 반발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유색인종이나 소수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주류 기성세대가 잠재적 가해자이자 기득권층이 돼버렸다. 또한 PC주의를 따르지 않으면 사회적 각성이 부족한 것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아울러 디즈니는 동심을 보호하는 대표적 캐릭터인 동시에 키덜트(kid+adult)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디즈니 콘텐츠를 보고 자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PC주의를 강요하는 디즈니 콘텐츠를 자녀 세대에게 보여주길 꺼리는 문화가 형성됐다. 각종 인기 캐릭터와 마블 시리즈로 성공을 거듭했음에도 과도한 PC주의를 내세운 디즈니에 등 돌린 계층과 유색인종·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집중한 나머지 다수의 이익을 보듬지 못해 외면받은 민주당의 반지지층이 겹친다는 의미다.

대선 직후인 7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해리스 후보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연 허용, 경찰 예산 축소 등 과도한 PC를 내세우는 바람에 많은 표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선 2일 뉴욕타임스는 "이번 대선에서 PC 광풍은 사라졌다"며 "선거의 향배를 결정할 키워드는 애국주의(patriotism)"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지 유력 매체의 이런 전망은 "초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압승을 거둔 이유라 할 수 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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