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에 충격받아 병가 냅니다" 급증했다는데…[글로벌美生]
[편집자주] 전 세계 직장인의 애환은 다른 듯 닮았더군요. 우리보다 먼저 겪은 사례, 또는 다른 방식의 해법을 찾는 '글로벌 미생'의 이야기를 쏙쏙 찾아 다룹니다. 궁금증을 이메일(honey@mt.co.kr)로 보내주시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정치 이벤트(선거)로 고통을 호소하며 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미국인의 39%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동네 분위기(정치적 환경) 때문에 다른 주로 이사하는 걸 고려해봤다고도 말했다. 일부 사립학교에선 선거 결석을 인정해주거나 선거 치유기간 이벤트를 연다. 직장에서 공공연한 '선거 스트레스' 병가도 등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은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출마와 당선을 목격하며 '정치적 스트레스' 호소가 가속했다. 아이오와 대학교 심리학과는 '선거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정도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는 걱정과 슬픔, 절망과 분노, 혐오와 좌절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등장하고 서로를 대체한다. 사람에 따라 단기적, 장기적 영향이 이어질뿐만 아니라 종종 집단 간의 갈등을 수반해 실제로 사회적 폭력이나 파장까지 이어진다.
놀라운 건 투표하러 가기 위한 연차가 아닌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병가를 쓰는 사례도 꽤 많다는 점이다. WSJ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직장에 다니는 캐럴린 텔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뉴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가를 낸다. 선거와 정치 광고에 우리 모두 지쳐있다"며 선거기간 병가를 쓰는 사람을 소개했다. 텍사스주에서 공장에 다니는 케빈 로웰도 "정치적 대화를 피하기 위해 (선거 다음날인) 수요일 연차를 냈다"며 "누구를 투표했는지 가족들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화상 회의 관련 플랫폼업체 아울랩스는 "약 2000명의 서비스 이용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28%가 선거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응답자의 절반이 동료나 고용주의 정치적 의견 때문에 직장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학교들도 있다. 뉴욕의 사립학교 '에티컬 컬쳐 피델튼 스쿨'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선 결과로 마음이 불안해진 사람은 결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해당자는 평가나 학업에 피해가 안 가도록 할 것"이라고 미리 이메일로 공지했다. 유치원생부터 12학년(중학생)까지 다니는 이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도 선거 결과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 경우 수업에서 면제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위험이 크고 감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혹시 모를 학생들 상황에 대비해 학교엔 심리학자를 배치해 괴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상담도 제공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여겨지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업종도 마찬가지다. 코인베이스는 직장과 관련 없는 대의나 정치 후보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 금지 규칙을 정해 2020년부터 시행해 왔다. 여기에 반발한 직원 60명이 사표를 던졌는데, 그대로 수리됐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직원 중 5%가 퇴사 패키지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숫자는 아마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는 올들어 업무용 메신저에서 가자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었다. 가자지구 전쟁 찬반을 넘어 인종·정당·대선까지 토론이 확장되고, 직원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토론에 사용하는 한편 토론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받아 '업무로 복귀'하는 시간이 더 들기 때문이다.
CNN은 "정치와 관련한 감정 표현,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직장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적자원관리학회(SHRM)는 누군가가 직장에서 정치적 무례한 행동을 경험할 때마다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직장 내 과도한 정치적 대화는 생산력까지 낮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참견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업 컨설팅업체 굿 석세스 네트워크의 레키샤 미들턴 창립자는 "어떤 문제는 개인의 정체성과 같아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사내 사회·정치 토론을 막는 것은 쉽게 꺼내기 어려운 주제에 대한 직원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시도로 여겨질 수 있으며 그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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