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부위 흉기' 주택 화장실 참혹한 시신…틀니 숨긴 그날 벌어진 일[뉴스속오늘]

이소은 기자 2024. 11.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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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0년 11월 9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뉴스1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20년 11월 9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전신을 결박당한 상태로 특정 부위에 흉기가 꽂힌 참혹한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인물은 50대 여성 B씨. A씨와는 동거하는 사이였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 무시했고 틀니까지 숨겨 화났다" 범행 이유

A씨(당시 59세)와 B씨(당시 52세)의 관계는 사건 발생 2년 전인 2018년 시작됐다. 서로 호감을 갖고 지내던 둘은 2019년부터 A씨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방화미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B씨가 2020년 9월 출소한 이후에도 둘은 함께 살았다.

동거 기간 B씨는 A씨에게 불만이 많았다. A씨가 평소에 본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자주 보였다는 것. 구박하고 욕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11월8일 A씨의 지인까지 함께 한 세 사람의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쯤, A씨가 B씨의 틀니를 숨겼다.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B씨는 지인이 술기운에 잠든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술에 취한 A씨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자 B씨도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2시간 동안 범행했다. 사망한 채 발견된 A씨의 모습에서 범행의 잔혹함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온몸에 상처…특정 부위에 흉기 다수 꽂혀

2020년 11월 9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뉴스1
A씨는 발견 당시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허리띠, 전선 등으로 전신을 결박당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온몸에서 흉기에 다친 상처,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범행 도중 A씨가 "살려달라"고 말했지만, B씨는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이미 의식을 잃은 A씨의 머리를 벽돌로 내려쳤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다음 날 새벽인 9일 오전 5시20분께, 잠에서 깬 지인이 화장실에 숨져있는 A씨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동거녀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 사망 원인은 '비구폐색성질식사'로 확인됐다. 비구폐색성질식사는 코나 입 막힘으로 인한 질식사를 뜻한다.

B씨는 "몸이 불편한 A씨와 함께 살며 잘해줬는데 A씨가 평소 나를 무시했다.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A씨가 틀니를 숨겨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술에 취해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징역 22년→25년…재판부 "반성하는 모습 없어"
2020년 11월 9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 화장실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듬해인 2021년 5월 27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B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받아들이기 힘들다. 피고인은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수법이 매우 좋지 않은 점, 정신적인 부분이 다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을 기소한 의정부지검이 같은 해 6월3일 "양형이 너무 가볍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B씨는 항소를 포기했다.

결국 형량이 가중됐다. 반년 후인 2021년 11월25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B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소한 다툼 도중 피해자의 손과 발을 묶어 반항하지 못하게 억압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은 범행 후에도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거나, 범행을 저질렀지만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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