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잠실섬·무너진 삼풍백화점…‘상전벽해’ 강남의 개발사 엿보기
제3한강교 놓이며 불모지 개발 서막
한강변 섬 물막이·골재 채취로 파괴
부동산 투기 등 탐욕의 역사도 소개
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종수·강희용·전병옥/ 미지북스/ 1만9800원
강남엔 약점이 있었다. 지대가 낮아 물에 자주 잠기는 것이었다. 대대적인 수방 대책 없이는 도시로서 기능할 수 없는 땅이었다. 한강을 서울 중심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한강 개발이 1967년부터 시작됐다. 강변1로를 제방도로 형태로 건설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댐이 필요했는데 마침 소양강댐이 1973년에 완공됐다. 그러나 반포, 서초동 일대는 여전히 강변도로보다 지대가 낮았다. 벼락이 쳐 배수펌프장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꼼짝없이 물이 찰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저지대 지역은 모두 3층 이상 건물을 짓게 했다. 최악의 경우 주민들이 3층 이상으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는 없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책은 강남 개발 시기를 거치며 사라져버린 옛 기억의 장소들 또한 차근차근 돌아본다. 수방 사업의 일환이었지만 한강변에 제방을 쌓고 강변도로를 만들면서 지워버린 옛 한강변의 풍경, 압구정동과 옥수동 사이에 있던 저자도(楮子島)가 1970년대 초 아파트 대단지 건설을 위한 골재로 채취되어 없어진 이야기, 잠실 물막이 공사 탓에 잠실섬 남쪽으로 흐르던 송파강이 석촌호수로만 남게 된 사실 등을 빠짐없이 소개한다. 정부 유력 인사가 주도한 부동산 투기, 한보그룹 회장이 일으킨 수서 사건, 끊어진 성수대교와 무너진 삼풍백화점에 얽힌 사연 등 강남 곳곳에 남겨진 에피소드들 또한 강남 개발사로 적었다.
강남의 성공은 우리 도시사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부산, 대구 등 광역시는 물론이고 소도시들조차 마치 비법이라도 배운 것처럼 강남 개발 과정을 본떠 신도심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지방 도시들은 구도심이 죽어버린, 특징 없는 붕어빵 도시들이 되어갔다. 지금은 어떤 개발론자도 63빌딩과 올림픽도로, 잠실 주경기장 등을 서울의 자랑이라 하지 않는다.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책은 강남의 역사를 증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남에 끌려가는 사회를 성찰하면서 우리 도시들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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