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우연, 편견, 왜곡… 의료현장에 숨겨진 연결고리 파헤치다
ADHD진단 받을 가능성 커
상대연령효과 개입 따른 현상
‘진료행위’ 무한 신뢰에 의문
진단과정 우연한 변수 분석
보건의료시스템 갈 길 제시
진료 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고현석 옮김/ 어크로스/ 2만2000원
이는 ADHD 진단 때 ‘상대연령 효과’가 개입돼 생긴 현상이다. 당뇨·고혈압과 달리 ADHD 진단은 주관적 판단에 많이 의존한다. 안절부절못함, 부적절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름, 지나치게 말이 많음, 차례 기다리기를 어려워함 등이 ADHD의 주요 증상이다. 교사·의사는 이런 기준을 갖고 또래끼리 비교해 ADHD 여부를 판단한다. 364일이나 어린 아이가 ADHD 진단 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병원’ 하면 과학, 정확성, 객관성을 떠올린다. 진료 행위는 믿을 만하고, 절대적 근거에 따라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신간 ‘진료 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이런 기대를 뒤흔든다. 실제 보건의료시스템에서는 우연한 변수가 예방·진단·치료를 좌우할 수 있다. 저자들은 하버드 의대 보건정책 전공 교수들이다. 이들은 또래보다 이른 입학이 ADHD 진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부터 태어난 달에 따라 독감 예방접종률이 달라지는 현상, 의사의 정치성향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의료 현장에 숨은 연결고리들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
ADHD 사례에서 보듯 의사의 진단 과정에는 편견·왜곡이 작용할 수 있다. 사람은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들에는 비슷한 기대치를 가지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의사가 환자를 볼 때는 가장 최근 내린 진단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의사 7300여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의사들은 폐색전증 진단을 한 번 내리면 이후 열흘 동안 폐색전증 검사를 시행한 횟수가 1.4%포인트 증가했다.
저자들이 미국 2∼5세 112만명을 조사해보니 10월에 태어난 아이의 55%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반면 5월생은 이 비율이 40%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연례 건강검진을 주로 태어난 달에 받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아이는 지역사회 감염을 촉발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 독감의 50%가 손주들과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이런 종류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공중보건에 영향을 주기에 전향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사의 경력, 성별, 학력, 국적은 실력과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을까. 입원전담 전문의의 경우 충분히 많은 수의 환자를 본다면 나이와 진료 실력은 무관했다. 다만 환자를 많이 보지 못할 경우 젊은 의사의 성과가 나았다. 외과의는 다소 달랐다. 40세 미만 외과의의 환자 사망률은 6.6%, 40대 외과의는 6.5%, 50대는 6.4%, 60대 이상은 6.3%로 완만하게 줄었다. 외과의는 수술 경험이 중요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도 진료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2016년 수행된 설문조사 기반 연구를 보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의사들은 임신중지 경험이 있거나 마리화나를 피운 환자에 대해 심각한 의학적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민주당 지지 의사보다 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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