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슐랭 스타들]⑫윤서울, 한식의 근원을 담아내는 연구소를 꿈꾸다

이정수 기자 2024. 11.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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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1스타 윤서울의 김도윤, 송홍윤 셰프
자가제면, 자체 생선 숙성 법 등 본연의 맛을 탐구
서울 강남구 미슐랭 1스타 윤서울에서 김도윤(오른쪽), 송홍윤 셰프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경상남도 밀양 부근에는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은 곳이 있다. 바로 얼음골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름에도 찬 바람이 불어 옛 선조들은 무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시례 빙곡이라고도 불린 이곳은 3월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대개 7월 중순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그 근처에 서있자면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마치 어스름 같기도 해 여러 구전설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파인 다이닝 업장이 한 곳 더 있다. 바로 미슐랭 1스타의 윤서울이다. 윤서울에 먼저 들어서면 냉기처럼 업장 내부에서 은은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얼핏 보자면 얼음골과도 느낌이 비슷하다. 곳곳에 말린 생선, 진귀한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동고들도 놓여 있어 서늘한 기분마저도 든다. 걸려 있는 농어, 전복 등을 보고 있자면 자연의 신비로운 ‘보고(保庫)’ 같기도 하다.

윤서울의 홀 전경. /윤서울

윤서울을 이끌고 있는 김도윤 셰프도 범상치 않다. 긴 머리에 덥수룩 한 수염은 흡사 ‘도인’과도 비슷하다. 그는 윤서울을 두고 단순 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만이 낼 수 있는 맛인 숙성, 발효를 실험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식자재, 원물 등 음식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곳의 송홍윤 셰프 역시 김 셰프의 연구에 깊게 참여하며 윤서울의 오늘과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윤서울의 셰프들은 경험이 가장 큰 선생님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김 셰프는 30년이 넘도록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직접 배를 타 뱃사람의 기분을 느껴보기도 하고, 면도 직접 배합 방식을 고민해 자가제면을 만들기도 했다. 그 특징을 살려 비슷한 이름인 면 요리 전문점인 면서울도 열었다.

송 셰프 역시 그를 도와 윤서울 만의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이 현재 당면한 과제는 ‘우유’다. 이를 위해 먹이는 풀, 젖소의 종도 하나하나 세심히 신경 쓴다. 이어 된장, 고추장, 장 등도 각 연도마다의 것들을 조금씩 보관해 하나의 기념물처럼 만드는 것도 고민 중에 있다.

미슐랭 1스타 윤서울에서 송호윤 셰프가 만든 농어 요리. / 장련성 조선일보 기자

그 수십 년간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접시는 바로 ‘생선’이다. 윤서울은 특이하게도 그 생선 요리들을 그저 ‘생선’으로 칭한다.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보리굴비를 농어로 재해석한 위 요리는 밥을 육수에 말아먹는 우리만의 문화도 담고 있다.

먼저 농어는 녹차물에 한번 염지를 했다가 말려 사용한다. 바삭한 껍질 안에 한입 크게 씹히는 농어는 그 풍부한 육즙이 매력이다. 한번 말렸기에 살짝의 꼬들꼬들함도 느낄 수 있다. 두툼한 살에 적절한 간도 돼 있어 홀로 먹기에도 좋다.

특별한 점은 그 육수다. 보리굴비는 녹차에 밥을 말아 먹듯이, 이 메뉴엔 육수가 준비돼 있다. 홍합, 건새우, 전복 관자, 디포리 등을 우려낸 물인데, 투명한 게 마치 그냥 생수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그 맛은 복합적이다. 한 술 크게 떠 넣으면 바다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느낌도 든다. 여러 빛이 프리즘을 거쳐 한곳에 모이면 투명하듯, 위 육수도 여러 해산물의 깊은 맛이 어우러져 맑게 비춘다.

또 농어, 육수와 아래에 깔린 흑갱쌀을 함께 섞어 먹으면 과하지 않은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쌀 특유의 단맛과 해산물의 감칠맛은 꼭꼭 씹을수록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삼키기 좋은 상태가 된다. 천연 조미료로만 맛을 냈다는 점 또한 속을 편하게 하는 요소다.

윤서울의 두 셰프는 윤서울이 단순히 음식을 경험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연구소처럼 되길 바란다. 깊은 고민 속 얻어내는 깨달음이 극한의 희열을 주듯,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그러한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는 믿음에서다.

윤서울의 한 입 거리. 왼쪽부터 가리비, 한치, 새우,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육포 등이 놓여있다. 말린 해산물과 육포 같은 경우에는 육수나 소스로 사용한다. /윤서울

―간단한 약력 설명 부탁드린다.

김도윤 (이하 김) “요리를 시작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프랑스, 일식을 하다가 한식으로 넘어왔다. 일본에서 음식을 많이 배웠다. 피부로도 배우는 것을 좋아해 세계 일주를 1년 가까이하기도 했다. 지금은 윤서울과 면서울을 이끌고 있다.”

송홍윤 (이하 송)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 출신은 부산이다. 서울에 올라온 지는 10년 정도다.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를 하다가 한식으로 넘어왔다. 마찬가지로 경험을 중요시한다. 이태리 음식을 하다가, 정말 잘하려면 그곳에서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훌쩍 떠난 적도 있다.”

―요리에 눈을 뜬 계기가 궁금하다.

김 “외 할아버지께서 박정희 전 파티 플래너였다. 집안 자체가 원래 외식 관련 일을 많이 해왔다. 어머니의 손맛 역시 좋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요리를 자연스럽게 많이 접했다. 우리 집은 김장 규모도 1000~2000포기 정도로 손도 컸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깍두기를 만들어 봤는데, 또래 중 가장 맛이 좋더라. 기분이 좋아 친구들이 먹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부모님께 갖다 드린 기억이 있다.”

송 “어머님께서 텃밭을 계속 운영하셨다. 밭에서 오는 것들을 많이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식을 전문적으로 시작했다. 내 음식을 남들이 맛있게 먹어준다는 것도 요리의 매력이다.”

윤서울의 각색어채. 옛 선조들이 여러 해산물 음식을 주로 먹을 때 부르던 명칭에서 착안한 요리. 표고버섯, 가리비 관자와 관자포, 피문어와 흰 들깨, 우족편, 숙성된 삼치회와 마늘 장아찌, 생선 전, 단새우와 토종 들깨, 가운데는 참소라로 만든 장이 놓여있다. /윤서울

―윤서울은 어떤 곳인가.

김: “음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곳이다. 연구소 개념의 레스토랑으로 봐줬으면 한다. 음식의 본질이란, 원물이 어떻게 오는지 등을 다 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소를 예로 들면 도축 방법, 먹었던 사료, 자랐던 지방의 특색 등을 전부 아는 것이다.”

송 “윤서울은 식자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곳이다. 또한 음식에 첨가제나 인위적인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따라서 편안한 음식을 내오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 “우리 땅에서 나는 모든 육해공을 아우른다고 생각한다. 내 몫은 그 재료들을 연구해 맛있게 내오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문화는 알리고, 잘 알려진 문화는 새롭게 해석하는 식이다. 손이 많이 가 귀찮기도 하지만 끝났을 때 더 보람찬 것 같다.”

송 “우리가 먹어왔던 음식이 한식 아닐까. 문호가 개방되기 전 음식도 한식으로 볼 수 있고, 현재 양식과 융합된 것도 한식이다. 긴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문화적, 시대적 요소도 풍부하다. 또 숙성, 발표 등 시간과 함께 요리를 하는 것들도 많다. 절기가 많아 풍부한 식자재도 특징이다.”

―음식 철학이 궁금하다.

김 “30대 중반을 넘어가며 비로소 ‘요리가 내 길이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다. 손님이 있어야 셰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한 끼 식사라도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요리라는 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느낌이다. 음식 여정을 10으로 뒀을 때 이제 한 절반 조금 지난 것 같다. 앞으로는 연구소와 같이 운영하며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더 고객들께 공유하고 싶다.”

송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으로도 공간으로도 말이다. 음식 여정은 100 중 3 정도 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행복한 ‘우연’들이 있길 희망한다. 마치 김도윤 셰프를 만나 귀한 가르침을 받았던 것들과 같이 말이다.”

윤서울의 자가제면. /윤서울

―실제 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이했던 기억은 없는가.

김 “살아있는 준치를 보기도 하고 배에서 갓 잡은 생선들도 맛보기도 했다. 또 하루는 고래가 그물에 걸렸는데 포획은 불법이라 그물을 잘라내기도 해야 했다. 너무 엉켜 고래의 꼬리를 잘라냈어야 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그 생명이 불쌍하더라. 그래서 밥상에 오르는 그 모든 생명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윤서울의 시그니처 메뉴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 “생선과 면 요리다. 윤서울의 면을 맛보면 속이 편할 것이다.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밀을 쓴다. 보통 메밀면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다 첨가제가 들어가서다. 어르신들이 새벽 내내 목말라 부엌 가는 것들도 보기 안 좋지 않나. 윤서울의 특징 중 하나는 손님이 20대에서 8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송 “윤서울의 면은 향과 식감을 중요시한다. 한국에서 나는 콩과 밀을 선택해 제분하기 시작한다. 원하는 향과 맛을 따라서 배합도 다르게 한다. 또 여러 번 압축해 쫄깃함도 가미한다.”

윤서울의 생선. 윤서울에서는 생선을 녹차물 등으로 염지한 후 말려서 사용하고 있다. /윤서울

―생선 자체 숙성 방법도 궁금하다.

송 " 제주도에서 생선을 많이 받는다. 비닐과 내장을 제거한 후 소금과 녹차물에 염지를 2~3일 정도 한다. 이후 말려서 반건조 상태로 만든다. 그래야 껍질은 바삭하고 살은 쫀득해진다. 살은 촉촉하면서 감칠맛이 올라오도록 숙성한다. 요리하고 남은 뼈나 머리는 한 번 더 말려서 육수나 소스에 사용한다.”

김 “녹차물에 염지하는 이유는 보리굴비를 모티브로 삼기 때문이다. 녹차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비린내와 육질을 쫄깃하게 한다. 생선 속에서 은은히 느껴지는 녹차 향도 좋아 이 방법을 고수 중이다.”

―윤서울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 “한국에서 나는 모든 식자재와 원물들을 연구하는 곳이 되고 싶다. 또 한국을 대표하진 않아도 원물에 진심인 셰프로 기억되고 싶다.”

송 “오래 기억되는 셰프였으면 좋겠다. 또 나중엔 장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윤서울의 색이 담긴 장을 매년 하나씩 모아서 그 연대기를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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