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높으면 美 민주당 이긴다?…이 통념, 깨졌다[트럼프 시대]

조소영 기자 2024. 1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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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美대선, 1900년 이어 두 번째 높은 투표율…트럼프 승리
젊은 세대 표심 이동·인종 초월한 성별…'국내외 상황'도 중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이 통념은 한국 사회에서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완전히 깨졌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이 선거에서 투표율은 75.8%로 16, 17대 대선 때보다도 크게 높았으나 결과는 보수 진영 후보인 박 후보의 승리였다.

투표율이 높은 것은 다수의 정치 무관심층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젊은층이 투표소로 몰린 것이고 이에 따라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게 공식이던 때였다.

미국 사회에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통해 이 정설이 무너졌다. 미국 플로리다대에 따르면 이번에 치러진 미 대선 투표율은 64.52%로 120년 만에 최고치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2020년 대선(66.4%)에 근접했다. 1900년(7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최종 승리자는 보수 진영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진보 진영 후보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패배를 인정했다.

이 정설에는 근거가 있었다. 1960년 이후 투표율이 높았던 대선을 분석해보면 상위 5회 중 4회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2020년은 조 바이든, 두 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던 1960년(63.8%)에는 존 F. 케네디, 세 번째인 1964년(62.8%)에는 린든 B. 존슨, 다섯 번째인 2008년(61.6%)에는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다. 네 번째인 1968년(62.5%)에만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당선됐다.

오랫동안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워싱턴 정가에 퍼져있던 이 통념이 깨지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는데, 일단 '젊은 세대의 표심 이동'이 꼽힌다.

AP 통신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전체 유권자 중 18~44세 유권자는 36%로 이들 가운데 57%는 바이든을, 40%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해당 구간의 유권자 비율은 40%로 다소 증가한 가운데 이 중 해리스에게 투표한 비율은 4년 전보다 5%포인트(p) 감소한 52%, 트럼프에 대해서는 7%p 증가한 47%였다.

여기에 유권자의 60%를 차지한 45세 이상은 4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51%가 트럼프, 47%가 해리스에게 투표했다.

'성별이 인종을 초월한 점'도 이유 중 하나로 제기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45세 미만의 흑인 남성 10명 중 약 3명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는데, 이는 2020년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본래 흑인은 민주당 전통 지지층으로 꼽힌다.

보스턴 대학교의 미디어 관련 학과 부교수를 맡고 있는 타미 비질은 "흑인과 라틴계 남성들은 트럼프가 그들의 남성다움에 어필하면서 트럼프 캠페인의 인종차별에 대해 간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투표를 마치고 웨스트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차량을 타고 도착하고 있다. 2024.11.0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아울러 18~29세의 젊은층 유권자 중 49%의 남성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AFP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좌파 성향으로 기운다는 기존 이미지가 깨졌다"고 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현대사회에서 정치적 올바름, 동맹 등 그 어떤 것보다 '나와 내 가족이 안정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 문제'가 중요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AP 통신 조사에서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묻는 질문에 1위 답변은 '경제와 고용'(39%)이었다. '이민'(20%)과 '낙태권'(11%)이 뒤를 이었는데, 이민·국경 문제는 트럼프가, 낙태권의 경우 해리스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하게 들고 나왔던 주제였다.

경제와 고용 문제는 두 후보 모두 중히 다루긴 했다.

그러나 해리스가 몸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 등이 크게 불거졌던 만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국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목소리가 지금의 유권자들에게 좀 더 설득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 정치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 '내셔널 어페어스'는 여러 분석 결과들을 근거로 "지난 70년간의 대선에서 투표율과 민주당 득표율 사이에 체계적 관계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고 짚기도 했다. 몇 년 동안 민주당의 득표율은 투표율이 증가할 때 함께 증가하기도 했지만 감소할 때 증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투표율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며, 이는 유권자의 근본적 당파성만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 상황, 정부의 성과, 공직자의 부정 또는 비리,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국제적 사건 등의 요인이 유권자의 최종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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