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이어 내각 인사까지 관여…장남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사람들②]

이윤희 특파원 2024. 1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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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등 차기 행정부 인사 관여
집권 1기땐 사업 집중…이번 대선 '킹메이커' 조명
2기서 공직 참여 배제 안해…대권 도전 가능성도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대선 결과 시청 파티에서 나란히 서 있다. 2024.11.09.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정당하게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들이 내각에 포함되기를 원하고, 그런 사람들이 이 정부에 포함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내각 인선에 대한 이러한 기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본인이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의 발언도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 발언대로 내각 인선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 발언의 주인공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7일(현지시각) '폭스앤프렌즈'에 출연해 "정권인수 과정에 깊이 관여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주니어의 공식직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명예위원장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를 넘어 2기 행정부 내내 부친의 인사권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 2기 구성과 관련해 임명 거부권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달엔 2기 행정부에서 배제할 인사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고있다고 보도됐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주니어의 영향력은 이미 입증됐다. 러닝메이트 선정 과정에서 자신의 친구인 JD 밴스(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을 적극 추천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실제 다른 쟁쟁한 후보자들 대신 정치신인인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발탁했다.

트럼프 첫번째 부인 슬하…1977년 맨해튼 출생

트럼프 주니어는 1977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여동생인 이바나, 남동생인 에릭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과 첫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 슬하 자녀다. 이복동생 2명을 포함해 5명의 자녀 중 가장 맏이다.

12살이 되던해 트럼프 당선인의 외도로 부모님이 이혼했다.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부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펜실베이니아주립대를 졸업했고, 뉴욕으로 돌아와 트럼프그룹에서 일했다.

모델 활동을 하던 버네사 헤이든과 2005년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뒀으나, 2018년 합의이혼했다.

이후에는 자신보다 8살 많은 폭스뉴스 앵커출신 킴벌리 길포일과 교제를 시작했고, 약혼 후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길포일은 새어머니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보다 한살 많으며, 민주당 유명 정치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전 부인이다.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녀 티파니 트럼프(왼쪽 두번째부터),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 트럼프 주니어 등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연설을 듣고 있다. 2024.11.07.

1기 행정부 참여 안해…이번 대선에선 '뉴 킹메이커'

트럼프 주니어는 2016년 대선 때도 부친 선거캠페인에서 고문 역할을 하며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입성해 전면에 나선 이방카 트럼프와 그 남편 제러드 쿠슈너와 달리 정치에 직접 발을 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에릭 트럼프와 트럼프 사업체를 꾸려가는 역할을 맡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후 2016년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 타워 등에서 러시아 측 인사와 여러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부친의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이 될 정보를 위한 만남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대면 조사를 받지는 않았으며, 기소되지도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이방카 부부는 정치생활을 중단하고 부친 곁을 떠났으나, 트럼프 주니어는 꾸준히 부친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때문에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진영의 실력자로 평가됐으며, '새로운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레딩=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4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캠프 유세에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11.09.

이번엔 공식 직책 맡을 수도…일각선 차기 대권설

트럼프 1기 때 활동했던 이방카 트럼프와 제러드 쿠슈너가 다소 온건주의적 성향을 보였던 반면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 못지않게 강경항 성향을 지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단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언론 액시오스는 "트럼프 주니어는 어떤 면에서 아버지를 닮았다. 소셜미디어와 선거 행사에서 '트래시 토킹(도발적 이야기)'을 즐겨한다"며 "X(옛 트위터)를 이른바 RINO들(이름뿐인 공화당원들)과 부친에 대한 비판가들을 공격하는 정치적 망치로 사용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스스로 공직에 맞지않으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밝혔으나, 2기 행정부에선 요직을 맡거나 백악관에서 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폭스앤프렌즈'에서 자신이 공직자 스타일은 아니라면서도 "어떻게 될지 결코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요청을 받는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그가 부친을 이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022년 사설에서 "트럼프 주니어는 MAGA 운동 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며 "78세 트럼프는 승패와 관계없이 마지막이 유력한 대선을 치르는 반면, 46살의 트럼프 주니어는 2024년 이후, 아버지를 훨씬 뛰어넘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2020년 대선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도널드 주니어 2024'라는 현수막을 공유했다. 네바다주에서 우연히 발견한 현수막이라며 제작자에 감사를 표한 것인데,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도 있었다.

또한 올해 1월 공화당 경선이 시작된 아이오와에서는 2028년 대권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맙소사"라면서도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다. 만약 그런 결심을 하게되면 그때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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