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식 재건축 알박기"…한남하이츠 해법 '미궁' [현장]
조합 설립인가 직전 5억원에 매입한 후 55억원 근저당
SM그룹은 경매 해결 원해 vs 조합 "다른 방안 찾아야"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를 드나드는 220여평의 도로 등의 땅을 개인 명의로 취득한 신종 '알박기'가 등장했다.
그런데 그 주체가 동아건설산업과 경남기업 등 초대형 건설사를 소유한 재계 30위권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장남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여서 더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우 대표는 서울 옥수동의 '한남하이츠'의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립 인가 직후에 아파트 단지 입구 도로 부지를 5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SM그룹은 해당 땅을 경매를 내놓고 시세 차익을 기부하겠단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한남하이츠조합은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수십배로 뻥튀기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비 부담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남하이츠 단지를 직접 찾아보니 우 대표의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땅의 일부는 단지 입구이자, 유일한 자동차 출입로였다.
한남하이츠는 매봉산공원과 인접해 있어 지대가 높은 데다 단지의 모양이 기역(ㄱ)자 모양이다. 도보로 단지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긴 했지만 계단이었고, 대부분의 자동차는 우 대표가 소유한 땅으로 거쳐 단지를 드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 대표는 해당 땅을 비롯해 아파트 출입구 인근의 4개 필지(220여평)를 지난 2018년 6월 경매에서 5억2770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들 필지는 과거 중앙산업 소유였다가 회사가 도산한 후 국제자산신탁으로 소유주가 바뀌었고 우 대표가 이를 낙찰 받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 대표가 해당 필지를 낙찰받은 시기가 아파트가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2018년 5월 직후였다.
우 대표가 신종 알박기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 대표가 소유한 땅은 개별적으로 활용이 어려운 데다 이곳을 막으면 아파트의 주요 자동차 출입구가 막히는 것이나 다름없어 이 땅을 배제한 채 재건축 사업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우 대표 명의의 해당 필지들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건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2018년 8월 광주은행이 4억8000만원, 2019년 4월 SM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SM상선이 51억5424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SM그룹 관계자는 "4개 필지 전체를 경매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세차익은 그룹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조합 "경매 통한 매각 절차만이 답은 아니다"
한남하이츠재건축정비사업조합으로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이 땅이 꼭 필요하다. 지난 2020년 성동구청은 재건축 공사 시작 전까지 우 대표가 소유한 땅 문제에 대한 조치 계획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내줬다.
현재 아파트 단지 주요 출입구로 쓰는 이 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지의 주 출입구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설계를 바꿔서 다른 출입구를 만든다고 해도 한남하이츠는 '옥수하이츠', '극동우정' 아파트와 붙어 있고 지대도 높 아 다른 출입구의 조성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입구 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설계가 원활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땅이 진짜 필요한 건 바로 조합이다. 조합과 적정 금액을 협의해서 타협점을 찾아 필요한 사람이 매입하는 게 맞지 않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매 절차를 한다고 해도 감정평가 금액이 수십배까지 나올 수도 있고, 아파트단지에 꼭 필요한 땅이라는 점에서 경쟁이 이뤄지다보면 또 다른 주인이 나오게 돼 재건축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런 경우 회사가 어떤 가격을 제시할지 알 수 없어 조합의 자금 여력이 되지 못하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소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경매 절차의 경우에도 가격이 높거나 제3자가 낙찰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결국 조합이 어떤 방식을 취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부가 바뀐지 두 달 남짓 지난 조합에선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M그룹 측과 만나려고 했다가 불발되면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설계 공모를 진행 중으로 현재 조합은 땅 문제와 관련해 (추가로) 입장을 정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업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성동구청도 개인 소유의 땅과 재건축 조합원간 갈등이어서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민간 사업이라 조합이 모종의 방안을 마련해 조합원들과 의사결정을 하면, 그 이후 구청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에 입주한 한남하이츠는 8개동, 535가구 규모로 재건축 사업을 통해 10개동 790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대가 높아 일부 세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데,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동을 마주보고 있는 위치다. 지난 2020년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한남자이 더 리버'라는 새 이름이 이미 붙어 있다.
◇SM그룹, 대형 건설사 여럿 거느린 재계 30위권 기업
SM그룹은 제조·건설·해운·미디어·레저에 걸쳐 8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30위권 대기업집단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건설사 중에서도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우방 △삼라 △티케이케미칼 △SM상선 △태길종합건설 △SM하이플러스 △SM중공업 △한덕철광산업 △STX건설 △SM스틸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우 회장은 그룹을 이끄는 총수이면서 경남기업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비상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그의 장남인 우 대표가 이끄는 SM하이플러스는 고속도로 선불 하이패스카드 전문업체다. SM그룹이 2011년 6월 인수하면서 그룹에 편입됐으며, 2015년 5월 삼라네트웍스와 합병해 현재에 이르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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