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8월에 태어난 미국 아이들은 왜 ADHD에 취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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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생년월일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율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까.
이 책 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발달 수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을 진단하는 의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17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통령 또는 총리에 당선된 사람들과 낙선한 2위 후보들의 기대 수명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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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과정 1년 더뎌 진단율 높아… 의학-경제학 박사 동시 취득 저자
‘대통령의 수명’ ‘날씨와 질환’ 등… 대규모 데이터로 의료현장 분석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아누팜 B, 제나 크리스토퍼 워샴 지음·고현석 옮김/424쪽·2만2000원·어크로스
이는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전년도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이 어린데도 같은 학년으로 묶인 데 따른 효과로 분석됐다. 초등학생 때는 약 1년의 차이가 무시할 수 없는 발달 수준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들은 같은 나이로 묶여 동일한 수준의 학업 성취를 요구받는다. 발달 수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을 진단하는 의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동저자 2명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보건정책학 교수로, 의학 박사학위 외에도 경제학과 통계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로 불리는 이들은 의료현장에서 눈여겨보지 않지만 의미 있는 여러 현상에 주목한다. 특히 경제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자연실험’(연구자의 인위적 개입 없이 실험설계와 유사한 상황이 우연히 발생한 것)을 통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중에는 ‘대통령들은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늙을까?’ 같은 엉뚱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연구도 있다. 물론 가장 정확한 연구방법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대통령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든 뒤, 대통령직을 수행했을 때의 수명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17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통령 또는 총리에 당선된 사람들과 낙선한 2위 후보들의 기대 수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들의 기대 수명이 낙선자들에 비해 2.7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데이터에 의해 시행되는 의료 행위에도 수많은 우연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생년월일에 맞춰 연례 건강검진을 받는 2∼5세 유아들 가운데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의 독감 발병 확률이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높다. 독감 예방주사를 보통 가을에 접종하기 때문이다.
즉,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생일쯤 이뤄지는 연례 건강검진 외에 접종만을 위해 다시 가을에 병원을 찾는 빈도가 낮다. 이에 비해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은 건강검진 때 독감 예방접종도 맞을 수 있어 독감 발병 확률이 더 낮은 것.
이처럼 우연은 삶의 여러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우연에 몸을 맡기라는 식의 허무한 결론을 맺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편견과 우연이 어떻게 의사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 텍사스에 한파가 몰아쳤을 때 국가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정전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기준치보다 9.3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전에 대응해 무리하게 발전기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높아진 것. 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호기심이 유의미한 사실을 발견해 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풍부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기반으로 쉽게 설명한 점도 몰입도를 높인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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