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오쿠다 히데오가 ‘살인의 추억’을 쓴다면

김민 기자 2024. 11. 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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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3시면 개를 데리고 강변을 산책하는 것이 일과였던 한 67세 남성이 덤불에 버려진 시신을 발견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군마현 경찰들은 10년 전 미제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군마현과 도치기현 경찰은 10년 전 연쇄 살인의 유력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사건을 미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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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처럼 쓰고 싶었다”
끔찍한 사건 속 인간 군상 그려
◇리버(전 2권)/오쿠다 히데오 지음·송태욱 옮김/1권 452쪽, 2권 380쪽·각 1만8000원·은행나무
매일 오후 3시면 개를 데리고 강변을 산책하는 것이 일과였던 한 67세 남성이 덤불에 버려진 시신을 발견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군마현 경찰들은 10년 전 미제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불길한 예감에 확신을 주듯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도치기현 강변에서 비슷한 모습의 시신이 발견된다.

군마현과 도치기현 경찰은 10년 전 연쇄 살인의 유력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사건을 미제로 남겼다. 두 현의 경계가 되는 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리버 사안’으로 이름 붙인 군마현 도치기현 경찰들은 총력을 다해 공동 수사에 나선다.

소설의 전개는 10년 동안 이 사건과 연루됐던 사람들을 차례로 소환하며 이뤄진다. 현직 경찰들은 물론 과거 범인을 잡지 못했던 죄책감에 진실을 밝히고자 뛰어든 전직 형사, 직접 범인을 추적하고 나선 피해자의 아버지, 우연히 사건 취재를 맡게 된 3년 차 기자, 그리고 괴짜 범죄심리학자까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물줄기처럼 흐르며 하나로 모였다가 다시 나뉘며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밝혀 나간다.

10년 전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유력 용의자에 대한 묘사나 연쇄 살인이라는 주제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저자는 실제로 데이비드 핀처의 ‘조디악’과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감각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두 영화가 사건의 진범을 찾는 것보다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하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소설은 끔찍한 사건을 마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심야 술집, 지방 경찰, 이주민 커뮤니티 등 도시의 어두운 곳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끄집어낸다.

일본 현대 문학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도 각색된 저자는 괴상한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인 더 풀’, ‘공중그네’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재치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수사 일지를 따라가는 듯한 몰입감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웰메이드 형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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