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자 보관소까지 둔 고대 제국 히타이트

김상운 기자 2024. 11. 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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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현지 취재한 튀르키예 보아즈쾨이의 '하투샤' 유적은 고대 오리엔트 강대국이던 히타이트의 수도답게 웅장했다.

저자는 일본인 고고학자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히타이트 유적 발굴에 직접 참여했다.

서양 문명의 기둥을 이룬 종교, 법, 철학 등의 유산이 고대 오리엔트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히타이트 연구는 현대에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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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이트 제국의 역사/쓰모토 히데토시 지음·노경아 옮김/316쪽·2만2000원·더숲
7년 전 현지 취재한 튀르키예 보아즈쾨이의 ‘하투샤’ 유적은 고대 오리엔트 강대국이던 히타이트의 수도답게 웅장했다. 광활한 평원에 사원과 왕궁, 거주지, 요새 등의 흔적을 보여주는 석조 유물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하투샤의 상징이랄 수 있는 ‘사자의 문’은 문 양편을 지키는 사자 석상이 살아서 포효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놀라운 것은 황무지에 가까운 이곳에서 축구장 넓이의 거대한 ‘종자 보관소’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당시 하투샤 유적을 10년 넘게 발굴한 한 독일 고고학자는 “10∼12년 단위로 큰 가뭄이 들어 생태계가 붕괴될 때를 대비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세계 최초로 철기문명을 발명하고 기원전 16세기 바빌로니아 왕국을 멸망시킨 히타이트를 다룬 통사다. 저자는 일본인 고고학자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히타이트 유적 발굴에 직접 참여했다. 히타이트는 고대 이집트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강성했지만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세기 초에야 고고 발굴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에 단편적으로 언급된 ‘헷 족속’ 기록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후 발굴로 3만여 개의 점토판 문서가 발견되고, 여기 쓰인 쐐기문자가 해독됐다. 서양 문명의 기둥을 이룬 종교, 법, 철학 등의 유산이 고대 오리엔트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히타이트 연구는 현대에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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