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견 다음 날…야권, 임기단축 개헌·김 여사 특검법 ‘쌍끌이’ 공세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전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성은 없고 국민 앞에 솔직하지 못했다. 진지한 성찰과 사과, 국정 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고개는 숙였는데, 왜 숙였는지 미스터리로 남은 140분”이라며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소속 30명은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를 출범시켰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국민이 이 정권을 빨리 끝내라 하고 있고, 대통령 기자회견이 그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며 “윤 대통령 임기 2년 단축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 부칙에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내용을 넣어 국회에서 통과시키고(재적 의원 3분의 2) 이후 국민투표 추인(투표자 과반수)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를 종료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 법리 다툼이 필요한 탄핵소추안 대신, 부정적 여론으로도 윤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자체 계산이다. 여전히 국회에서 200명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이쪽 통로가 더 윤 대통령을 중도하차시키는 게 용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9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5당 공동으로 제2차 장외집회를 연다. 민주당을 뺀 나머지 야4당은 새로 합류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가 본인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형사 판결 선고를 1주일 앞두고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도 유죄를 확신하고 있다. 만약 무죄가 날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런 초유의 극단적인 총동원령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단독 표결로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하루 만에 모두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야당만 추천권을 가져 정치적 중립이 훼손됐다”(박준태 의원)고 항의했지만, 표결이 강행되자 모두 퇴장했다. 이날 통과시킨 특검법안은 김건희 특검법안으로 세 번째로, 기존 특검법에 담긴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외에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추가했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 재표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표결이 가결되려면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당에서 이탈표 8표(범야권 192석)를 확보해야 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통과를 확신한다. 민심의 큰 물결을 국민의힘 의원도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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