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비컷’…금리인하 압박 커진 한은, 트럼프 변수 고민

염지현.곽재민 2024. 11. 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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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컷’을 택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 차가 줄면서 28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9월 회의에서 4년 6개월 만에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인하다. 한국(3.25%)과의 격차는 이제 1.5%포인트로 줄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전진을 이뤘지만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양대 축인 물가와 고용이 양호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금리 인하 항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 감면 등 돈을 푸는 재정정책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린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는 트럼프 공약이 실행될 경우 내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7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와 감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로 현실화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금리 인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경민 기자
한은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달러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환율 상승)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수입물가가 요동치면 1%대로 진정된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어 한은의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8일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한 배경이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시장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28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예상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9월 말 평균 2.5%에서 10월 말 평균 2.3%로 한 달 사이 0.2% 포인트 낮아졌다.

염지현·곽재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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