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늘었지만 물량은 감소…“일시적” vs “부진 전조”
엇갈린 수출 지표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고, 순수출(수출-수입)이 전체 성장률을 0.8%포인트 깎아내렸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3분기 수출액이 1737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고 밝혔다. 8월 이후 3개월 연속 최대 실적이다. 두 기관의 지표가 엇갈리면서 보이지 않는 수출 부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와 일시적인 물량 감소로 인한 현상으로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반면 산업부는 통관 시점의 수출가격과 수량을 곱해 수출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물가 변동이 수출액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한은 통계와는 달리 계절적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 전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기본이다. 수량이 줄어도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출액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산업부 측은 “물량뿐 아니라 최근 반도체, 자동차 등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수출액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물가 변동을 반영한 명목 GDP에는 증가세가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산업부와의 데이터 차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입장이다. 두 기관의 수출 통계는 2023년 1분기(산업부 -4.9%, 한은 4.2%) 2024년 1분기(-2.8%, 1.8%)에도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수지 등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다른 통계를 확인해도 3분기 수출이 부진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며 “상반기 역대급 실적으로 인해 증가율이 줄어드는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통계의 목적과 기준이 다른 만큼 전문가들은 한 기관의 통계만으로 수출의 향방을 확정 지어 판단할 순 없다고 말한다. 관세청 통계는 수출의 추이를, 한국은행 통계는 경제성장률을 확인하는 지표이기에 두 통계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게 중요하단 입장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환율 변동성이 클 때는 명목 수치를 조사하는 산업부 통계가 급격히 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두 데이터는 본질에서 다른 데이터라 다른 방향을 향한다 해서 문제라 진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두 데이터 중 뭐가 맞다, 틀리다 답을 내릴 수 없는 영역”이라며 “수출의 침체 여부만 확인한다면 무역수지를 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수출이 점차 내림세를 탈 것이라는 예측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건 지표 곳곳에서 둔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수출액은 역대 10월 중 최대를 기록하면서 1년 넘게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약 13개월 만에 감소(-0.2%)했다. 수출 증가율 또한 둔화하고 있다. 7월 전년 대비 13.5%에 달했던 증가율은 8월 11%, 90월 7.5%로 둔화하더니 지난달에는 4.6%에 머물렀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을 제외한 14개 주요품목에서 일평균 수출액이 전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며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하지만, 증가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의 향방은 4분기 글로벌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분기 수출은 성장 폭이 다소 축소된 7% 내외로 증가할 것”이라며 “수출액 증가세는 이어가겠으나 대외 여건 개선 정도에 따라 그 폭이 증가 혹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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