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갈아타기 첫걸음은 ‘선매도 후매수’

2024. 11. 9. 01: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인사이트
상급지나 주택 면적을 넓히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40대가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지역. [뉴스1]
요즘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은 30·40세대다. 몇 년 전만 해도 20·30세대가 시장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연령대가 높아졌다. 연령대로 세분하면 40대가 매수 대열의 선두주자다. 7~8월 서울에선 40대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30대를 넘어섰다. 이제 중년으로 접어든 40대는 집을 처음 장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 변동이 심할 때 집을 매매하기란 녹록한 게 아니다. 실수하지 않는 ‘둥지’ 갈아타기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먼저 팔고, 나중에 사라=1가구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할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선(先)매도, 후(後)매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상승기에는 집을 산 후에 보유 주택을 3년 이내에 팔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불이익도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경색되는 돌발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요즘 부동산 카페에는 ‘집을 새로 샀으니 살던 집을 팔아야 하는 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제법 올라온다. 집은 인생 최대의 고가자산인 만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살얼음 위를 걷듯이 안전하게 거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비인기 지역에서 인기 지역, 비인기 지역에서 비인기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할 때 ‘선매수, 후매도’ 방식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급한 마음에 집을 덜컥 샀다가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를 수 있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 주택이나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길 때도 매도 계약을 한 후에 매수를 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살던 곳이 대단지 아파트인 경우 이런 위험이 그나마 낮지만, 재테크 고수가 아닌 이상 선매수 후매도 방법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서 갈아타기를 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허가구역에선 원칙적으로 2년 이상 실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집을 살 수 있다. 유주택자 갈아타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집을 사고 난 뒤 종전 집을 1년 이내에 팔아야 한다. 매도 기간이 너무 촉박한 셈이다. 기간 안에 처분하지 못하면 토지 가액의 10% 내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므로 선매도 후매수는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②너무 타이밍을 재지 말라=우리 부모 세대가 집을 옮길 때 굳이 타이밍을 따지지 않았다. 가령 인천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한다고 하자. 대부분 윗세대는 인천 집을 팔았으면 매도 계약금을 받아 곧바로 수원 집을 계약했다. 인천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나중에 팔기 위해 세를 들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집을 재테크로 생각하는 관념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요즘도 실거주 용도의 집 한 채에 대해서는 윗세대의 갈아타기 방식은 유효하다. 갈아타기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같다. 집을 사고팔 때는 매매 시기를 놓고 너무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매도일과 매수일을 같은 날로 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령 오전 10시 매도 계약을 했다면 그 계약금으로 당일 오후 2시 매수 계약을 하는 식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집을 판 뒤 늦어도 열흘을 넘기지 않고 집을 다시 사는 게 좋다고 본다. ‘집 한 채로 장난을 치지 말라’는 말이 회자된다. 시장보다 똑똑한 개인은 없기 때문이다. 매매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상급지 아파트를 추첨제로 분양받아 옮기는 것도 대안이다. 분양에 당첨된 뒤 5~6년 이내 종전 집을 팔면 되므로 시간적 여유도 있다. 갈아타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1주택자일수록 청약은 필수다.

③매수 계약 불발 가능성을 대비하라=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려고 중개업소를 찾았는데 집주인의 태도가 갑자기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앉은 자리에서 호가를 올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 집을 팔고 온 매수자는 ‘멘붕’이 찾아온다. 그래서 매수 계약 불발을 대비해 후보 물건을 1~2개 미리 탐색해둬야 탈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매도자의 계약 해제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계약할 때에 매매 대금의 10%를 지급하면서 ‘이 금액은 계약금 5%, 중도금 5%’라는 조건을 달면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계약서 쌍방이 계약 해제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특별 계약 조항에 포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조항을 달면 매수자에게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중도금 지급을 앞두고 값이 크게 올라 매도자가 계약을 해제할 것 같으면, 매도자의 은행 계좌로 중도금을 송금하거나 법원에 공탁해도 된다. 다만 매도자가 계약 해제를 통보하기 이전이어야 한다.

④욕심을 내려놓아라=내가 사려는 물건은 파는 물건보다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수자 입장에선 교섭력이 강하지 않다. 중·하급지의 내 물건은 비싸게 팔고 상급지의 남의 물건을 싸게 산다는 생각은 비합리적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내 마음대로 잘 안된다. 옮길 때는 조금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해야 의사결정이 된다. 싸게 팔고 싸게 산다는 마인드도 좋다. 또 사려는 집이 비싼 만큼 대출 가능 금액을 알아본 후에 매수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⑤여의치 않다면 전세 놓고 전세 살아라=내가 자녀 학교 문제로 교육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라고 가정하자. 집을 팔고 다른 곳에서 집을 새로 샀더니 옛집 가격은 크게 오르고 새로 산 집은 되레 내린다면 판단 실수에 따른 고통이 클 수 있다. 집값이 비싸 취득세나 중개수수료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내 집은 전세를 주고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사는 것도 좋다. 이른바 전세 갈아타기를 통한 주거의 수평 이동이다. 의사결정 장애 증상이 강한 사람일수록, 초보자일수록 목돈이 오가는 매매를 최소화하는 것이 실수에 따른 후회를 줄이는 길이 아닌가 싶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