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쿠르스크 교전서 북한군 사상자 발생”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돼 전투를 시작했다는 정황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미국 정부 소식통의 전언에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전투 중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질문에 “북한군 1만1000명이 현재 (우크라이나가 진격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가 최근 전투에 투입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어서 “북한이 유럽에서 전쟁을 시작했다”며 “(서방의) 상응한 대응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부터 진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본토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사상자 발생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는 다만 전투가 벌어진 시점, 북한군 사상자 규모, 우크라이나군의 피해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리투아니아의 우크라이나 지원 단체 ‘블루/옐로’는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이 10월 25일 쿠르스크에서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한 명을 제외한 부대원 전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도 “쿠르스크와 루한스크 등에 북한군이 투입돼 다수가 사망했다”고 전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5일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쿠르스크에서 상당수의 북한군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EPC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한 군인들이 유럽 땅에서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하고 있다”며 “유럽은 (이를 막기 위해) 김정은에게 ‘유럽을 떠나달라’며 그의 호의만 바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조기 종전론이 급부상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고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것(푸틴에 대한 양보)은 우크라이나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라며 “지금 유럽에 필요한 것은 ‘힘을 통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또 “어제 트럼프와 통화했고,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트럼프의 미국이 더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미국의 세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에 맞선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지속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EPC는 유럽연합(EU) 27국을 포함한 범유럽 40여 국 정상의 모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2년 10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범유럽 차원의 소통·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번 회의엔 총 47국 정상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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