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교육, 진보·보수 따로일 수 없어”
교육행정가로 거듭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이후 임 교육감은 ‘미래·자율·균형’을 경기도 교육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하고 “획일적이고 편향적인 교육을 자율적이고 균형적인 교육으로 바꾸겠다”며 의욕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2년간 기초학력·돌봄과 과밀 학급 등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제 어느덧 임기 반환점을 돈 그를 지난달 29일 경기도교육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향후 계획과 구상 등을 들어봤다. 그는 “교육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대학 동기”
Q : 지난 2년간 경기도 교육 수장으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A : “학교 안에 머물렀던 공교육을 학교 밖으로 확장한 일이다. 기존 교육의 틀과 경계를 넘어 공교육의 영역을 확대하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했다. 일선 학교와 경기공유학교·경기온라인학교 등이 1~3섹터로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미래 교육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외부 흐름을 제도 안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경기도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올 하반기엔 학교 밖 교육의 학점 인정 정책도 시행 중이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뿐 아니라 다문화 학생, 위기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공교육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Q : 정치인 시절 생각한 교육과 교육감으로서 접한 교육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
A :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우리 세대는 일방적인 교육만 받아야 했다. 정해진 길이 있고, 그 안에서 누가 얼마나 더 성실하고 빠르게 가느냐의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어떤가.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 더 이상 과거처럼 주어진 길에서 답을 찾는 게 무의미해졌다. 정치인 입장에서 ‘우리 교육이 과연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미흡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교육감이 된 뒤 미래에 초점을 맞춘 교육 정책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다음달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 포럼’이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건 고무적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국제사회에 K교육의 경쟁력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임 교육감은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16·17·18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때는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맡으며 정권 실세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하며 새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뜻밖에도 경기도교육감이었다.
A : “교육은 학생은 물론 국가 미래에 대한 책임이란 측면에서 큰 틀에서 보면 정치와 일맥상통한다. 교육도, 정치도 국민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도록 할 건가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교육계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 반면 위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정치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엔 ‘전혀’라는 단어를 덧붙이고 싶을 정도다.”
“교육가야말로 진정한 소셜 엔지니어”
Q : 경험자로서 정 교육감에게 조언한다면.
A : “교육감은 국가 미래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그렇게 생각하면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교육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권리만 보장하고 책임을 등한시하는 정책은 펼 수가 없다. 내가 겪어보니 국회 교육위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의견 일치를 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정치적 목적만 개입하지 않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교육 이슈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백년대계를 놓고 봤을 때 내 자식이든 남의 자녀든 좋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 아니겠나.”
Q : 국회의원·장관·교육감까지 지냈는데 뭐가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나.
A : “어릴 때 꿈은 엔지니어였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공대가 아닌 경영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엔 은행에 다녔다. 그러다 행정고시를 보고 공무원이 됐지만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정치를 하면서는 ‘소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는데 교육계에 몸담고 보니 교육가야말로 진정한 소셜 엔지니어구나 싶었다. 교육만큼 가시적인 변화를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분야가 또 있을까. 어떤 자리에 있든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경기도 교육이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 경기도 미래 교육, 유네스코 포럼서 세계에 소개한다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2021년 11월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주제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교육학계의 고전으로 불리는 유네스코의 ‘포르 보고서(1972)’와 ‘들로르 보고서(1996)’에 이은 세 번째 교육 보고서다. 현재의 교육 체계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개발된 학교 모델과 교과 과정, 교수법 등을 따르고 있는데 이를 기후위기와 사회 불평등 심화 등 오늘날 도전 과제에 맞춰 교육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인류와 자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의 역할을 제시해 보자는 취지다.
이번 포럼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한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대한민국 교육을 대표해 경기도의 미래 교육 현장을 국제사회에 널리 소개할 계획이다. 포럼에는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장을 지낸 샤흘레워크 쥬드 에티오피아 대통령을 비롯해 유네스코 회원국 장관급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가한다. 신종범 유네스코 국제 포럼 추진단장은 “경기도교육청이 AI 기반 디지털 교육을 비롯해 세계시민교육과 전문적인 직업교육 등 유네스코 차원에서 제시하는 미래 교육을 이미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교육의 미래에 관한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유네스코가 주도하는 교육 변혁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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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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