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고등어 옮기려다… 배 기울더니 30초 안돼 뒤집혀”

제주/오재용 기자 2024. 11. 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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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선 침몰, 사망·실종 14명

“그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 배가 기울더니 30초도 안 돼 순식간에 뒤집혔다.”

8일 새벽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고등어잡이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원 2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출동한 해경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침몰한 129t급 어선 135금성호는 고등어가 든 그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뒤집혀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성호는 그물을 내려 고등어·삼치·정어리 등을 잡는 선망 어선으로, 지난 7일 오전 11시 50분쯤 서귀포항에서 출항했다. 당시 금성호 등 어선 6척이 선단(船團)을 이뤄 조업했다. 본선인 금성호가 그물을 내리고 고등어를 잡은 뒤 운반선 3척에 교대로 옮겨 싣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나머지 2척은 등선(燈船)으로 밤에 불빛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이 선단은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 해역에서 고등어 떼를 찾아 이동하며 조업했다.

그래픽=이철원

해경이 구조된 선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금성호는 잡은 고등어를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선체가 뒤집히면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파도는 높지 않았으나 어두운 새벽이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침몰한 금성호는 수심 80~90m 지점까지 완전히 가라앉았다.

구조된 선원 A씨는 해경 조사에서 금성호가 그물이 있는 선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뒤집혔다고 말했다. A씨는 “운반선에 고등어를 옮겨 싣기 위해 그물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 같다”며 “새벽에 파도가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배가 20~30초 만에 뒤집어졌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어느 순간 순식간에 배가 넘어갔다”며 “복원력(배가 중심을 잡는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해경은 “선원들이 정원을 초과해 탑승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A씨는 파도에 떠밀려 간 동료 선원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망망대해에서 장비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조류에, 파도에 (선원들이) 자꾸 멀어졌다. 배 쪽으로 좀 붙어야 구조할 텐데 자꾸만 멀어졌다”고 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해역에는 북동풍이 초속 6~8m로 불고, 물결이 2m 높이로 일고 있었다고 했다. 선원들은 전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단의 등선에 탔던 30대 박모씨는 “사고가 난 뒤 금성호에 다가갔을 때는 이미 배가 뒤집어져 배 뒷부분 스크류만 겨우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스크류 쪽에 선원 12명이 매달려 있었고 구명튜브 2개를 계속 던져 구조했다”고 말했다.

금성호 항해사 이모(41)씨는 한림항에서 진찰을 받은 뒤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구조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이씨가 ‘사고 해역 상황을 내가 잘 안다. 가서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바다로 떠났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한 뒤 오열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제주도가 마련한 상황실을 찾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달라”고 했다.

해경은 함정 18척과 항공기 5기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해군 광양함과 청해진함도 투입됐다. 광양함은 무인 탐사기를 이용해 수심 3000m까지 수색할 수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해역의 수온은 약 22도로 실종자들이 24시간 이상까지도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2017년 이후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어선 사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과 낚시 어선이 충돌해 낚시 어선에 타고 있던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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