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미국이 분단된다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었던 2016년 미국 대선 때, 연수차 미국 체류 중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힐러리가 이길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선거 다음 날 아침, 외출하는데 아파트 경비원들이 “He won(’그’가 이겼어)”이라고 수군거리는 걸 듣고, ‘아, 트럼프가 됐구나’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날 이후 세상의 공기가 통째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도요. 8년 만에 다시 남녀가 맞붙은 이번 대선 결과도 ‘He won’이네요.
빨강과 파랑으로 미국 지도가 양분된 개표 현황을 지켜보며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밝은세상)를 읽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2045년 미국. 첨예한 좌우 갈등을 겪던 미국이 2036년 좌파 기반의 연방공화국과 우파 기반의 공화국연맹, 두 나라로 분단되었다는 설정하에 각 나라 정보기관 요원인 이복 자매가 서로 총구를 겨누며 싸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두 나라 중 그 어느 곳에도 유토피아는 없습니다. 기독교 원리주의를 택한 공화국연맹은 동성애자를 화형에 처하고, 겉으론 자유국가를 표방하는 연방공화국에선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개개인의 사생활을 치밀하게 감시합니다.
2023년 출간된 이 소설은 올해 대선의 공화당 승리를 예측합니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지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새로운 루스벨트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바이든이 중산층과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길 기대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2024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인 제럴드 콤프턴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해 대선에서 네브라스카주 상원의원 출신인 제럴드 콤프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번 주 Books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읽으면 좋을 책들을 특집으로 소개합니다. ‘원더풀 랜드’도 그중 한 권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길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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