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의 고전노트] 좋은 인간에 대해 논하기보다, 먼저 좋은 인간이 되어라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김재홍 옮김|그린비|416쪽|1만3000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을 통치한 80여 명의 황제들 가운데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힌다. 또한 그는 ‘명상록’으로 흔히 알려진 일련의 저술을 남겼는데, 이로부터 그에게는 최고의 스토아 철학자 중 하나라는 칭송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Meditations’라는 제목은 16세기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고, 10세기 비잔틴의 대주교 아레타스가 아우렐리우스의 저술을 최초로 언급하면서 일컬은 명칭은 ‘ta eis heauton(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독자 대중을 위한 책이 아니라, 황제가 매일 아침 일과 전, ‘이성에 따라 스스로를 지도’하기 위해 썼던 일기 모음이다.
12권으로 이루어진 이 철학적 에세이는 대부분 전쟁터에서 쓰였다. 아우렐리우스는 어릴 때부터 거친 옷을 입고 맨바닥에서 자며 사색하기를 좋아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철학자로 살지는 못했다. 로마의 정치 명문가 출신에다 총명하고 비범했던 그를 당시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불과 17세 때 마르쿠스는 미래의 지도자로 낙점되었다.
19세에 집정관 취임, 161년 39세의 나이로 황제에 즉위할 때까지 마르쿠스는 행정가로서 경험을 쌓았다. 그 사이 로마는 제국 성립 이래 가장 긴 평화기를 누렸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가 즉위하자마자 파르티아(고대 이란) 제국이 로마 영토를 침범해 6년간 전쟁을 치렀다. 속주들의 반란, 라인-도나우 방벽을 넘어오는 게르만족의 도발, 가뭄 대홍수 지진 같은 재해의 연속,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로마 제국 전역에 창궐해 인구의 4분의 1을 앗아간 전염병까지, 아우렐리우스는 19년의 재위 내내 총체적 난국을 헤쳐가야 했다.
참전 경험이 전혀 없었던 아우렐리우스는 허약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총사령관의 자리를 피하지 않았고, 모두의 우려와 달리, 탁월한 전술로 매 전쟁을 승리했다. 그는 통치자로서 시민에게 헌신할 의무에 충실했다. 매일 노력하고, 우연한 성공에 겸손하고, 불운으로부터도 배웠다. 아우렐리우스는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哲人) 정치의 모범이다. 그런 황제가 우리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 “좋은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 어떻겠는가!”(10권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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