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마흔
2024. 11. 9. 00:01
마흔
고광헌
섣부르게
이기려는 흉내 내면서
이만큼 올라왔다
발아래
자욱한 눈물천지
빈 가지
눈 맞고 선 나무들
지면서 살아간다
『시간은 무겁다』 (창비 2011)
무겁다라는 말은 종종 신체 부위와 결합되어 활용됩니다. 눈꺼풀이 무겁다는 졸음을 뜻하고 어깨가 무겁다는 중요한 책임을 진 것을 의미하며 입이 무겁다라는 말은 타인의 이야기를 함부로 옮기지 않는 이에게 붙여집니다. 발이 무겁다는 것은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을 시작할 때 은유적으로 활용되고요. 그런가 하면 무겁다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따라붙습니다. 걱정이 따라붙는 생각들, 뭐 하나 새로울 것 없이 침잠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의 무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가장 낮아지기 위함입니다. 낮은 자리부터 단단히 다진 다음 새로 딛고 오르기 위함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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