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1] 뉴욕의 문인 술집
작가나 예술가가 모이던 곳이 명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요리책은 잘 팔리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유명 작가들의 단골 술집은 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린다. 뉴욕에도 문인들이 즐겨 찾던 카페와 식당들이 몇 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에 비해서 역사는 짧지만, 그래도 당대의 문학을 주도했던 작가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소는 그래머시 지역의 ‘피츠 태번(Pete‘s Tavern)’.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가 자주 찾던 곳이다. 1864년부터 같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금주령 기간에는 바로 옆 꽃집을 통해서 들어오는 비밀 통로도 설치되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 또한 단골이었던 이 집은 ‘섹스 앤 더 시티’ 등 여러 드라마에도 배경으로 소개되었다. 오 헨리는 레스토랑의 입구 쪽에 위치한 자신의 지정석에서 1905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썼다고 한다. 그의 이런 단편소설들 때문인지 특히 날씨가 쌀쌀한 계절에 이 술집에서 직접 만드는 에일 맥주의 맛은 일품이다.
그리니치빌리지의 ‘화이트호스 태번(White Horse Tavern)’ 역시 1880년부터 영업을 해온 노포 술집이다. 특히 1950년대 뉴욕을 여러 번 방문했던 딜런 토머스가 자주 찾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위스키 애호가였던 그는 이곳이 영국 웨일스 지방에 있던 자신의 단골 술집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연속되는 과음과 폐렴으로 3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71년 전 오늘인 1953년 11월 9일이었다. 이후 이곳은 더 유명해졌고, 그의 이름을 붙인 방과 테이블, 사진들이 지금도 내부에 보존되어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양철 천장, 구식 램프와 괘종시계 등이 그대로 남아 옛 분위기를 풍기는 이런 문인들의 아지트들은 여전히 뉴욕의 매력적인 장소로 남아있다. 하지만 미국 대부분의 술집들이 그렇듯이 그저 그런 햄버거 외에는 추천할 만한 음식은 없으므로, 과거 딜런 토머스가 주장했던 것처럼 “마시자! 하지만 먹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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