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소송자료 유출한 박재동… 法 “내용 왜곡해 명예훼손”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소송 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한 만화가 박재동(71)씨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창모)는 8일 피해자 A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씨는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박재동씨의 성폭력을 폭로한 만화가 A씨의 ‘미투 운동’에서 시작됐다. A씨는 2018년 한 지상파 방송사에 박씨의 성추행 및 성희롱 사건을 제보했고, 그해 2월 언론 보도로 박씨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다.
박씨는 사건 직후 입장문을 통해 “A씨에게 사과한다. 나의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박씨는 A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인 A씨는 이 소송에 출석해 증언했는데, 박씨 측 요청에 따라 동료 작가와의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박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이 증거들을 지인과 공유해 페이스북에 유출했다.
이에 따라 소송 자료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고,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성 글들이 이어졌다. A씨는 박 화백이 소송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해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그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진행된 정정 보도 청구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돼 박씨가 패소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사적 대화가 포함된 소송 자료들을 외부에 공유해 페이스북에 공개되도록 하거나, 이를 방조해 다수의 사람에게 누설되게 했다”며 “A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이 사건 소송 자료 중 일부분을 발췌해 전체적인 취지에 반하거나 이를 왜곡하는 글을 통해 A씨가 진술한 피해 사실이 허위인 것처럼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법 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A씨 변호인은 선고 이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 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가 명백한 불법임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만화가 박재동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박씨는 지난 2020년 12월 경기신문에 “아빠, 4년간 성추행 당했다는데 이 편지는 뭐야”라고 묻는 내용의 만평을 그렸는데, 해당 사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소재로 삼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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