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통시장 맞아?”…배달·카트는 기본, 수시로 고객 이벤트 한다는데

우성덕 기자(wsd@mk.co.kr),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4. 11.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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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남신시장, 40%가 젊은 상인
활기 불어넣어 2030 고객 유인
죽어가던 경남 고성시장 5일장은
다양한 실외공연으로 북새통
제주동문시장은 야시장 개장 후
시장 넘어 원도심까지 활력
대구 서남신시장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손님들은 시장골목을 따라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쇼핑 카트를 밀고 다녔다. 주부 김모(43)씨는 “전통시장이지만 거리가 깨끗하고 시장 안에서 운행할 수 있는 카트도 있어 편리하다”며 “물가도 전통시장이 더 싼 것 같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남신시장은 1985년 복개도로에 마련된 후 200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전성기를 맞이했다.

비결은 ‘젊어진 시장’이다. 서남신시장의 점포는 모두 150개로 이 중 20대~50대 상인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젊은 상인들이 시장을 대표하는 신메뉴를 개발하고,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층을 끌어들였다. 스타 점포들을 중심으로 집객 효과가 나타나자 다른 점포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늘어났다.

김경락 서남신시장 상인회장은 “스타 점포를 찾는 손님들이 시장에 온 김에 필요한 물건까지 사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시장은 20~30대 젊은 손님들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라디오 방송국’도 이 시장의 자랑거리다. 2016년부터 상인DJ들이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고객들의 신청곡을 틀어주고 있다. 3대가 함께 온 손님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한다. 고객 카페와 놀이방, 수유실 등 대형마트 못지않은 편의시설도 갖춰놓았다. 김 회장은 “수시로 지역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을 초청해 상인회 운영자금으로 상품권을 나눠주고 장보기 행사도 한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 고성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토요장터. 고성시장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 문화공연이 어우러지는 토요장터를 열고 각종 공연 등을 선보여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 고성군]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던 5일장도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경남 고성시장에는 220개의 상설 점포가 입점해 있는데 5일장이 열리는 날(1·6일)에는 노점상 300여점이 함께 들어선다. 평소 7000여명이 방문하지만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방문객이 2만5000여명에 달한다.

불과 4년 전, 고성시장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썰렁한 상가였다. 공공요금 8000만원이 체납되면서 단수·단전도 겪었다. 그러나 상인회 임원진이 교체되고, 체계적인 상인회비 운영과 주차장 수익을 바탕으로 현대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2021년부터 흑자전환, 연간 순수익 3000만원이 넘는 시장이 된 것이다.

지난 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생긴 실외공연장도 한몫을 했다. 5일장이 열리는 날 가수초청 공연, 지역문화단체 공연, 플리마켓 등이 마련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장에서 구입한 상품을 집까지 배송하는 ‘배달서비스’까지 등장해 우수 전통시장으로 변모했다.

강원도 정선아리랑시장도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1980년대 석탄광산 폐광 이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교통이 좋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지역 특산품과 문화공연을 접목시킨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정선아리랑시장의 인기품목은 산나물과 약초,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황기, 더덕, 마늘이다. 곤드레밥과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 강원도만의 메뉴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아리랑의 고장답게 정선아리랑과 품바 등 다양한 문화공연도 열린다. 지난 해 정선아리랑시장 방문객은 103만2100여 명이었다. 올해도 벌써 74만8400여명(1~9월 기준)이 다녀갔다.

제주도 제주시 동문시장. [사진 = 제주도]
야시장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한 야시장 중에는 제주동문시장이 꼽힌다. 2018년 3월에 문을 연 제주동문시장 야시장은 제주관광을 대표하는 야간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발길을 끌어당기며 제주동문시장 일대 원도심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32개 점포로 이뤄진 제주동문시장 야시장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다채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흑돼지 문어 전복 등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부터 화려한 조명과 다양한 공연, 신나는 음악까지 어우러지면서 ‘제주 명소’가 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동문시장 야시장은 활력을 잃어가던 전통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야시장 방문객들이 주변 다른 상권도 찾아가면서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고성 = 최승균 기자, 정선 = 이상헌 기자, 제주 =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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