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자료 공개' 박재동 화백, 5000만원 배상…피해자 "긍정적 선례"(종합)

박현준 기자 2024. 11. 8. 22: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투' 의혹 관련 소송자료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박 화백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8일 만화가 A씨가 박 화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박 화백이 A씨에게 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거 박재동 화백 정정보도 소송 관련
피해자 측 "소송자료 유출돼 2차가해"
박 화백 측 "다른 사람에게 유출 아냐"
1심 "피해사실 인정…위자료 5000만원"
피해자 "긍정적 선례…의미와 위안 찾아"
[서울=뉴시스] '미투' 의혹 관련 소송자료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박 화백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는 "이번 판결이 다른 '미투' 피해자들에게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며 소회를 전했다. 사진은 박 화백이 지난 2018년 11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정보도 청구 등 소송 변론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11.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미투' 의혹 관련 소송자료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박 화백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는 "이번 판결이 다른 '미투' 피해자들에게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며 소회를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8일 만화가 A씨가 박 화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박 화백이 A씨에게 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한 방송사는 지난 2018년 2월 박 화백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A씨에게 성추행·성희롱을 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학생들에게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 화백은 보도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보 내용과 법정 증언이 대부분 일치하며, 실제 경험하지 못하면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판결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박 화백의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A씨는 박 화백이 정정보도 청구 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소송자료를 지인 등을 통해 유출했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위자료 1억원을 지급을 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 화백 측은 "지인이 소송자료를 공개하기는 했으나, 소송에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지인이 소송자료를 어떤 경로로 입수해 공개한 것인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지인도 A씨로부터 고소당하자 함께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을 뿐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유출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송자료들은 A씨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1심은 박 화백의 이 같은 행위가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박 화백)는 사적 대화가 포함된 이 사건 소송자료들을 지인에게 공유해 지인이 누설하게 함으로써 원고(A씨)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해 원고에게 정신상 고통을 가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정정보도 사건에서 원고의 성폭력 피해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으나 원고 진술 신빙성이 인정돼 청구기각 판결이 확정됐다"며 "원고 진술 피해는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피고에 의해 유출된 이 사건 소송자료는 광범위하게 공개돼 공유됐고, 원고는 이른바 2차 가해로 큰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현재까지 그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5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 화백 측은 A씨가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허위로 주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A씨를 상대로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박 화백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A씨 측 대리인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들이 2차 가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A씨도 "이번 판결은 2차 가해를 겪고 있는 다른 '미투' 피해자들에게 긍정적인 의미의 선례를 남겼고, (판결로) 힘겨운 소송을 이어온 데 대한 의미와 위안을 찾았다"며 "끝까지 함께 싸워준 주변 사람들과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rkhj@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