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3번째 법사위 통과…尹 담화, 국민의힘 '이탈표' 낳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각종 의혹을 겨냥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그에 따른 국회 본회의 재의 부결로 폐기된 법안들에 이어 이번이 3번째 통과가 될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여당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이견 조정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특검법은 김 전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등 두차례 발의된 기존 특검법에 담겼던 내용에 명태균씨 등의 폭로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과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대통령실의 창원 국가산단 지정 관련 국가기밀 유출 관련 의혹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 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특검법을 강행처리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선고가 이번 달 15일, 25일로 다가오니까 방탄을 여러 각도로 시도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지정하는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고발한 사람의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골라서 고발인의 뜻에 맞게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권한을 남용하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특검법을 발의하는 것은 입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자신과 김 여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모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야말로 삼권 분립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시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재표결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여당 측 이탈표가 최소 8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9월 25일 '김건희 특검법'의 두번째 재표결은 재석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여당에서 무효를 포함해 최소 4표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특히 한동훈 대표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를 향해 "이제 결단하라. 적당히 말로 때울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결단하라. 자격도 없는 분노한 민심에 휩쓸려 사라질 것인지 국민의 편에서 함께 싸울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통과와 관련해 한 대표에게 내심 기대를 건 배경에는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도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요구해 왔으나 윤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고, 이에 실망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선택할 경우 여당 내 친한계의 반란으로 '김건희 특검법' 통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전날 대통령 회견에 대해 "대통령께서 인적 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고 규정했다. 용산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지 않고 자신의 요구 중 일부를 그나마 받아들인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이에 따라 여당 내 친한계의 '이탈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은 한 대표 입장이 로우 키(low-key)로 나왔지만, 이후 용산의 후속 조치 이행 과정에서 민심·여론 평가가 더 악회하거나 특히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놓고 여당 내에서 친윤계가 다수의 힘으로 한 대표 측의 의견을 묵살할 경우 이탈표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밖에도 법사위는 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법무부·법제처·공수처의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여당 위원들은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엄무경비(특경비) 등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이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사위 예산결산소위원회(예결소위)는 전날 법무부의 검찰 활동 등을 위한 특활비 80억 900만 원과 검찰청의 특경비 506억 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감사원의 특활비 15억 원과 특경비 45억 원도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감사원이 특활비와 특경비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법사위 예결소위 위원장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예산 소위 심사 결과 보고에서 "특활비와 경비 세부 내용 제출을 요구하며 충분한 소명이 없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검찰과 감사원은 자료를 내지 않았다"메 "이렇게 특혜와 예외가 많은 부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은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탄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복성으로 예산을 다 깎은 것"이라며 "민주당이 검찰청을 아예 없애겠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예산 심사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장동혁 의원은 "특정 기관의 특정 업무에 대한 예산 전액 삭감은 국민들 보기에도 대단히 감정적인 결정이 혼재돼 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다만, 향후 예결소위 과정에서 검찰과 감사원이 사용 내역을 제출한다면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는 단서는 남겨놨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향후 법무부에서 특정업무경비 내역을 제출할 경우 간담회 형식의 예산소위를 다시 열고 논의할 수 있다. 간사간 협의를 거쳐 전체 예결특위에서 예산 증액을 추진하면서 법사위에 동의를 구할 경우 적절하게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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