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법인세 인하 놓고 충돌... 獨 ‘신호등 연정’ 3년 만에 붕괴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11. 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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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3당 연립정부 출범 당시 독일 녹색당 아날레나 베어복·로베르트 하벡 공동대표,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 대표.(왼쪽부터) /AP 연합뉴스

사회민주당(SPD), 자유민주당(FDP), 녹색당(Die Grünen) 3당으로 구성된 독일 ‘신호등’ 연정이 7일 FDP의 탈퇴로 해체됐다. 2021년 11월 연정이 결성된 지 3년 만이다. 이 3당은 대표 색이 각각 빨강(사회민주당), 노랑(자유민주당), 초록(녹색당)이라 ‘신호등 연정’으로 불려왔다. 이 중 중도 우파인 FDP가 이번에 빠지면서 좌파의 ‘적·록 연정’으로 바뀌게 됐다.

숄츠 총리는 야당의 협조를 구해 당분간 기존 연정을 꾸려간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권과 FDP는 의회의 총리 신임 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정이 붕괴하고 조기 총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FDP는 이날 숄츠 총리 정부에서 자기 당 소속 각료(장관)를 모두 물러나게 하면서 기존 신호등 연정에서 공식 탈퇴했다. 숄츠 총리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FDP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 장관과 나의 신뢰가 깨졌다”며 그의 해임을 암시한 지 하루 만이다. 당초 SPD와 FDP, 녹색당은 3년 전 연정 출범 당시 각각 7개, 4개, 5개의 장관직을 나눠 가졌다. FDP는 재무·교통·법무·교육 등 장관직 4개를 가져갔고, 린드너 FDP 대표가 재무 장관을 맡았다. 이 중 3명이 사표를 냈고, 교통부 장관을 맡아온 폴커 비싱은 FDP를 탈당했다.

FDP는 그간 SPD·녹색당과 경제·재정·사회 정책에 대한 노선 차이로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FDP는 독일 경제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업과 고소득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법인세와 연대 할증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SPD와 녹색당은 그러나 “사회정의를 위태롭게 한다”며 반대했다. FDP는 또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예산 편성과 지출을 통제하고, 공공 부채 확대에 제동을 걸려 했다. SPD·녹색당은 반면 “사회 보장과 기후 보호를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오히려 재정 확대를 주장했다.

원전 문제를 놓고도 FDP와 SPD·녹색당은 반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안정적 전기에너지 공급 필요성이 가중되자 FDP는 원자력발전 확대를 역설했다. 그러나 녹색당이 격렬히 반대했고, SPD는 녹색당 편을 들었다. 결국 지난해 4월 독일 내 마지막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며 독일은 ‘탈원전’ 국가가 됐다.

숄츠 총리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내년 1월 15일 전까지 ‘총리 신임 투표’를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린드너 장관은 숄츠 총리에게 “내년 1월에 조기 총선을 하자”고 요구했다.

현재 SPD·녹색당 의석수는 총 324석으로, 전체 의석(733석)의 44%에 불과하다. 과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만큼 총리 신임 투표가 벌어지면 불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가 총리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총리 자신만 신임 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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